2023. 1. 7 - 2. 23

Yun Hyong-keun

윤형근 개인전

데이비드 즈워너 파리David Zwirner Paris
108, rue Vieille du Temple, Paris, 75003 France

푸른 하늘에서 검은 땅으로 내려긋는다. 널찍한 붓에는 검은빛을 띤 주홍색(엄버·Umber)과 청색(울트라 마린·Ultramarine) 물감만을 묻힌다. 그렇게 자연 그대로 소박하고 간결하게 몇 번이고 겹치고 겹친 화폭에는 혼란한 근현대 시기를 살아가며 겪은 고통과 속앓이로 인한 여러 감정이 담긴다. ‘인간적인 척도가 곧 예술의 척도가 된다’는 철학으로 선비처럼 내면을 끊임없이 성찰하여 고결한 미학을 선보인 한국 현대미술 대가 고(故) 윤형근 개인전이 데이비드 즈워너 파리에서 열렸다(~2월23일). 세계 최고 갤러리 중 하나로 꼽히는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가 2019년 프랑스의 문화예술 중심지인 마레 지구에 개관한 공간에서 새해 들어 처음 개최한 전시이다. 첫날(1월7일)에만 관람객 1천여 명이 다녀가며 많은 관심이 쏠린 이번 전시에는 윤 화백이 1979년부터 1984년까지 제작한 회화와 한지 작업을 엄선하여 선보인다. 1980년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표현함에 많은 제약이 따랐던 서울을 떠나 세계 화가들이 활발히 교류하며 생동감 넘치는 파리로 가족과 함께 건너갔고 1982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4년 동안 작업한 작품 25점이다. ‘천지문(天地門)’ 형상을 다양하게 실험하며 매진한 회화 작업은 자연광이 드는 공간에서 관람객에게 숭고한 울림을 선사한다. 1981년 그가 파리에서 머물며 작업한 한지 작품 12점은 고요한 분위기로 연출된 별도 전시장에 걸렸다. 윤 화백은 특히 한지에 대해 ‘따뜻한 느낌과 소박함이 그대로 하나의 작품 같기도 하며, 가장자리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선은 … 양지(洋紙)에 비길 바가 아니다.’ <윤형근의 기록>(PKM BOOKS, p. 210) 라고 언급하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처럼 윤 화백이 한지에 머금은 섬세한 예술혼을 고요한 전시장에 들어서는 이들이 온전히 느끼게 될 듯하다.

한지 작품 12점이 걸린 전시장은 자연 채광 없이 고요하게 관람객을 맞이한다. ©Yun Seong-ryeol /Courtesy of David Zwirner and PKM Gallery

이번 전시는 그동안 그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해온 국내 PKM 갤러리가 데이비드 즈워너 파리와 협업하여 개최되었다. PKM 갤러리는 윤 화백이 생전에 적은 기록과 화첩을 엮은 도서 <윤형근의 기록>을 작년에 출판하고 마련한 기념 전시에서 미공개 드로잉을 선보이는 등 그가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닿도록 애쓰고 있다. 이번 전시와 연계된 도록 또한 2024년 상반기에 데이비드 즈워너 북스David Zwirner Books가 펴내 해외에서도 그의 예술 흔적을 기록한 책을 만나게 될 예정이다.

윤형근
Yun Hyong-keun

윤형근 화백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MMCA Seoul, 베니스 포투니미술관Palazzo Fortuny, 뉴욕 도널드 저드 재단Donald Judd Foundation, 로이틀링겐미술관Stiftung für Konkrete Kunst, Reutlingen 등 전 세계 유수한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외에도 해외에 있는 도쿄도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Tokyo, 홍콩 M+미술관M+ Museum,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Art Institute of Chicago, 오하이오 클리블랜드미술관Cleveland Museum of Art,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London 등이 그의 작품을 영구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