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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의자 여행자’ 리너스 반 데 벨데, 허구와 현실을 오가는 예술적 탐험

‘안락의자 여행자’ 리너스 반 데 벨데, 허구와 현실을 오가는 예술적 탐험

입력: 2024.04.12(금)
수정입력: 2024.04.15(월)




아트선재센터 2024. 3. 8 - 5. 12
스페이스 이수 2024. 3. 8 - 5. 10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Rinus Van de Velde: I Want to Eat Mangos in the Bathtub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 ‘나는 욕조에서 해와 달, 구름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망고를 먹고 싶다…’, 2023, © Rinus Van de Velde / Courtesy of Gallery Baton

“나는 해와 달과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앙리 마티스는 그림 그리기에 가장 좋은 빛을 찾아 프랑스 남부로 여행을 떠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그런 그와 달리 리너스 반 데 벨데는 자기 집 따뜻한 욕조에 몸을 푹- 담근 채 이국적인 세계로 ‘상상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말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는 정말로 자기만의 공간인 작업실에서 상상하며 모험하였고, 회화와 드로잉뿐만 아니라 직접 공들여 만든 크고 작은 소품을 세트장에 설치하여 영화 작업까지 직접 완성해낸다. 우리는 이 모든 작품을 전시장 안에서 감상하는 내내, 스스로 ‘안락의자 여행자’라고 소개하는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와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작업실이 아닌 바깥에서 햇빛이 비치는 풍경을 유화로 그리고자 했던 외광파(外光派 · Pleinairisme) 작가 앙리 마티스를 비롯한 에밀 놀데, 피에트 몬드리안과 대화를 나누며 같은 길로 향하는 듯하지만, 그들과 전혀 다른 흥미로운 방식으로 예술적 탐험하는 21세기 시각 예술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외광파 회화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내 현실과 가장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 중요한 것은 꿈과 욕망임을 깨닫는다.
무언가를 상상하여 그 상상하는 풍경에 다다르거나
과거 외광파 화가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것,
그 예술 운동을 이해하고 더 깊이 이해하려는 꿈과 욕망. ”

- 리너스 반 데 벨데 -

지금 내가 사는 세계(우주)가 아닌, 평행선 위에 있는 다른 세계(우주)에서 같은 모습인 내가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는 평행우주론에 근거한 허구를 자서전처럼 풀어내어 현실 속 삶을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가 국내 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는 그의 드로잉·회화·영상·조각·설치 50여 점을 5월12일까지 공개한다.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에서 동시 개최한 이 전시는 5월 말 전남도립미술관에서도 선보인다.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1과 2 그리고 스페이스 이수 전시장 각각에서는 작가가 작업실 안에서 다양한 서적과 매체 등을 보고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낸 이미지 하나로부터 입체로, 그 입체가 영상으로 표현되는 과정에서 제작한 작품을 모두 전시한다. 무의식적인 꿈처럼 단편 이야기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영화 두 편을 중심으로 작가 특유의 오일 파스텔화와 색연필화, 대형 목탄화 그리고 설치 작업이 전시장을 채운다. 작가 얼굴로 만든 작품 ’마스크‘(2019)를 쓰고서 본인 혹은 누군가가 영상에 등장하듯이, 스스로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관람객들 역시 곳곳에 놓여 있는 조각과 설치 작품들을 마주하고 거닐며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함께하는 구성이다.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2 전시장에는 영화 <하루의 삶>(2021-2023)이 재생되고, 왼쪽부터 작가가 직접 만든 ‘과일가판대’(2019)와 ‘소품, 모형2’(2022-2023) 그리고 ‘소품, 모형3’(2022-2023)이 있다.

설치 작품 ‘산’ 뒤로 목탄으로 그린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2018)이 눈길을 끈다. @Rinus Van de Velde /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1 전시장. 영화 <라 루타 내추럴La Ruta Natural>(2019-2021)에서 ‘산’이 나오는 장면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1 전시장. 영화 <라 루타 내추럴La Ruta Natural>(2019-2021)에 나오는 ‘소품, 자동차’(2018). /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거꾸로 읽어도 같은 제목인 영화 <라 루타 내추럴La Ruta Natural>(2019-2021)은 ‘평행우주론’을 바탕으로 초현실 세계를 여행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은 전시장에 있는 ‘과일가판대’(2019)에서 당근 열쇠를 찾아내어 잠긴 해치 문을 열고 또 다른 세계로 통하는 입구를 발견한다. 이때 주인공이 힘겹게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가는 터널이 현실에서 허구 공간인 평행우주로 가는 통로이다. 이렇게 새로운 세계를 모험하는 내내 주인공은 죽음을 반복하고, 이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삶을 다시금 진지하게 바라보도록 이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과일가판대’를 비롯하여 골판지와 나무로 만들고 페인트를 칠한 ‘소품, 자동차’(2018)나 ‘산’(2019)을 전시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데,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 뒷면 같은 경우에는 의외로 만듦새가 허술하여 이 역시 실재가 아닌 환영임을 드러낸다. 스페이스 2에서 재생되는 영화 <하루의 삶>(2021-2023)은 아침에 일어난 주인공이 서류가방을 들고 지하에 숨겨진 금고로 출근한다. 이 서류가방 안에는 외광파 작가인 주인공이 여러 장소에서 받은 영감의 원천이 들어 있다. 야자수와 선인장, 작은 식물들로 가득한 곳에서 주인공이 자리에 앉아 붓에 물감을 묻혀 종이에 무엇인가 그리고서 서류가방에 넣는다. 이 장면에서 보이는 식물 소품들 역시 전시장 곳곳에 놓여서 관람자들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도록 유도한다.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 영화 <하루의 삶>(2021-2023)

이렇듯 현실과 허구를 고르게 오가는 리너스 반 데 벨데의 이야기는 오일 파스텔화(맨 위 사진)에서도 이어진다. 외광파 작가로서 풍부한 색채와 부드러운 필치로 하늘·바다·호수·숲·들판 같은 풍경을 그리면서 개인적인 서사를 불어넣어 미술사를 새롭게 다룬다. 그리고 그림 밑에는 관람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단서를 주는 듯한 글귀를 적지만, 이를 읽는 이들은 오히려 헷갈리면서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에 어떤 은유가 있는지 계속 생각하게 될 듯하다.

스페이스 이수 전시장 전경, photo by Lee Euirock / courtesy of Space ISU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 ‘여기서 비로소 내가 아까 너무도 생경함을 느꼈음을 인정할 준비가 되었다…’(2023), photo by Lee Euirock / courtesy of Space ISU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의 오일 파스텔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친애하는 에밀, 나는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왔습니다…’(2023), ‘주변 부지는 아직 남아 있다. 지역의 아주 좋은 계약 업자들을 찾을 수 있다. …’(2023), ‘옆에 붙은 작은 스튜디오에서 나는 담배를 피우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2023), ‘알프레드, 한 번만 말해줄게요, …’(2023), ‘당신이 보통 사람이라면 시작도 하지 마세요, …’(2023), ‘당신이 불투명한 노란색을 찾을 수 있다면 원하는 대로 청구할 수 있다…’(2023) / courtesy of Space ISU

스페이스 이수에서 열리는 전시 내용은 아트선재센터와 비슷한 가운데, 빈 침대를 그린 세 작품이 눈길을 끈다. 이곳이 미술관 전시 공간보다 작가의 집 혹은 스튜디오 분위기를 더 풍기는 이유가 아마도 이불이 흐트러져 있어 누군가 조금 전까지 뒤척이다가 일어나서 사라진 듯한 ‘빈 침대’ 그림 때문이지 않을까. 작가에게 침대는 안락의자와 같이 공상하고 영감을 얻는 자리이자 한밤중 고요한 시간에 낯선 초현실 세계로 드나들게 하는 ‘문’이다. 그리고 밤에 꾸는 꿈이 낮에 겪은 현실을 침범하면서 무의식적인 상상 모험을 떠나 현실을 더욱 깊이 있게 받아들이는 작가를 가장 잘 묘사하는 ‘자화상’이라 할 수 있겠다. ‘옆에 붙은 작은 스튜디오에서 나는 담배를 피우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 In the adjoining little studio I can smoke and do what I want. ...’(2023) 작품은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며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호숫가 너머로 목조 건물 몇 채가 있는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든 그의 생각이 글귀로 쓰여있다. ‘(...)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곳에 침대를 설치했고, 본채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라고 덧붙인 글은 이 공간에서 삶과 예술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받아들인 작가를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진지하게 예술을 고민하는 진심이 묻어나는 그의 작품들이 ‘빈 침대’ 그림 옆에 전시되어 있다. ‘그럼 지금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And now? Just wait a little bit longer.’(2023)는 바닷가에서 노을 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영감을 찾는 작가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다.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유명한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를 참조하여 가장 숭고한 풍경을 그리기 위하여 특별한 순간을 기다리는 외광파 작가를 보여준다. 그러나 같은 그림에서 영향받은 작품에서는 ‘다행히 나는 그 정도로 느끼지는 않았다...Luckily I didn’t feel much...‘(2019)라고 이야기한다. 원작에서 오는 낭만적인 감성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은 텔레비전에서는 아트선재센터에서 보았던 영화 <라 루타 내추럴La Ruta Natural>가 반복해서 재생되고, 그 옆에는 현실에서 허구로 통하는 ’소품, 터널Prop, Tunnel’(2020)이 놓여 있다. 마치 우리도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이 터널을 지나면 그의 꿈이자 영화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상상하게 한다.

’상상력은 인간에게 주어진 재능이므로, 우리는 직접 경험하기보다 이를 활용하여 더 흥미롭게 현실을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 리너스 반 데 벨데와 함께 예술적 탐험을 떠나 현실을 돌아보면 어떨까. 전시는 5월10일(스페이스 이수)과 12일(아트선재센터)까지.


리너스 반 데 벨데(b.1983)
Rinus van de Velde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살며 작업하는 리너스 반 데 벨데는 2006년 신트 루카스 앤트워프Sint Lucas Antwerpen와 2010년 겐트의 HISK(Hoger Instituut Voor Schone Kunsten)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벨기에 보자르(BOZAR, Brussels, 2022), 스위스 루체른미술관(Kunstmuseum Luzern, 2021), 프랑스 FRAC 페이드라루아르컬렉션(Frac des Pays de la Loire, Nantes, 2021), 스페인 말라가현대미술관(Centro de Arte Contemporáneo Málaga, 2020) 등에서 주요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벨기에 S.M.A.K.(Stedelijk Museum voor Actuele Kunst), 벨기에 앤트워프현대미술관(M HKA), 벨피우스컬렉션(Belfius Art Collection), 벨기에왕립미술관(Royal Museums of Fine Arts of Belgium), 네덜란드 헤이그미술관(Kunstmuseum Den Haag), 네덜란드 보르린덴미술관(Museum Voorlinden), 스페인 말라가현대미술관(CAC Málaga) 등이 리너스 반 데 벨데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아트선재센터
Art Sonje Center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87 (소격동)
관람: 화요일(Tue) - 일요일(Sun), 12:00 – 19:00
(월요일 휴관)
문의: 02. 733. 8949

스페이스 이수
Space ISU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84 1층
관람: 월요일(Mon) - 금요일(Fri), 13:00 – 18:00
(토요일, 일요일 휴관)
문의: 070. 7737. 7067


Words & photographs by Koeun Lee
Still.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Still. Courtesy of Space ISU
Still. Courtesy of Gallery Ba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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