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와 상징’으로 만나는 바스키아의 예술세계
입력: 2025.06.25(수)
오는 9월,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기획전이 국내 최대 규모로 열린다. 1980년에 화단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그라피티를 예술로 승화한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는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8년 동안 작품 3천여 점을 남겼다. 이번 전시는 그가 작업 초기부터 일생 마지막 무렵까지 사회에서 불거진 이분법적 문제들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상징 · 추상 · 비유 기법으로 드러낸 예술 세계를 아우르는 작품 총 220여 점을 선보인다. 오는 9월22일부터 2026년 1월3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 전시1관에서 개최되는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JEAN-MICHEL BASQUIAT: SIGNS, Connecting Past and Future>은 제목처럼 ‘기호와 상징’에 관점을 둔 독창적인 기획이 특히 돋보이는 전시로 기대를 모은다.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Great Jones Street ©Lizzie Himmel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1978년부터 2년간 그라피티 듀오 ‘SAMO’로 활발히 활동하며 명성을 얻은 디아스포라 작가 바스키아는 2017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Untitled’(1982)가 1,502억 원(수수료 포함)에 판매되며, 앤디 워홀을 뛰어넘는 세계적 현대미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한국 관람객들과 만나는 그의 대표작들 가운데, ‘Museum Security(Broadway Meltdown)’(1983)는 바스키아가 전성기 시절에 뉴욕의 밤이 떠오르는 색채와 함께 다양한 기호와 언어를 응축한 작품이다. 또한 그라피티 요소가 돋보이는 ‘Portrait of A-One A.K.A King’(1982)과 정제된 깊이와 직관적인 상징성이 집약된 후기 작업 ‘Untitled’(1986) 그리고 바스키아의 마지막 영적 자화상 중 하나인 ‘Exu’(1988) 등이 있다. 이외에도 회화·드로잉·오브제와 함께 바스키아가 모든 창작 과정을 담은 노트 <The Notebook> 8권이 모두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1980년부터 1987년까지 바스키아가 예술 활동을 펼치면서 직접 작성한 노트를 통해 그의 예술적 사고를 읽어내고 작품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전 세계 3개 대륙 8개국에 있는 컬렉터와 기관으로부터 대여한 회화 33점과 노트 페이지 155점을 공개하는 이번 전시는 공동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운영부장Managing Director을 역임한 숨Suum 대표 이지윤이 총괄 기획을 맡고, 바스키아 전시를 25회 이상 기획한 큐레이터 디터 부흐하르트Dieter Buchhart와 안나 카리나 호프바우어Anna Karina Hofbauer가 함께했다. 이들은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서도록 바스키아 작품과 동아시아 문화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큐레이션을 따로 마련하였다. 한국 울주 대곡리에 있는 ‘반구대암각화’, <훈민정음 해례본>, 추사 김정희의 서체,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등이 고대 아즈텍 같은 인류 문화유산과 현대 대중문화를 폭넓게 아우르는 바스키아의 예술과 한 공간에 놓인다.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보편적인 소통 수단으로서 ‘기호와 상징’에 대한 탐구를 담은 전시라고 소개한 이지윤 숨 대표는 “바스키아 작품 속 기호와 상징을 한국 작품에서도 찾을 수 있는 문자나 부호와 함께 조망해 서로 다른 문화가 어떻게 시각적으로 만나고 연결되는지를 탐구할 수 있다”라고 덧붙이며, 다가오는 9월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하였다.
Words by Grace
Main Still. ‘Untitled’(1986) © Estate of Jean 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 Collection of Larry War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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