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미라조비치, 검은 대리석 위로 드러낸 황금빛 흔적은 지극히 ‘인간다움’
입력: 2025.05.16(금)
수정입력: 2025.05.20(화)
2025. 4. 18 – 5. 31
검은 대리석, 그 속의 금결
필립 미라조비치Filip Mirazovic
레이지 마이크 갤러리
언뜻 인간 형상을 띤 조각을 보는 듯하다. 단단하고 위엄에 찬 느낌을 주는 검은 대리석으로 만들어 빛이 난다. 그러한 검은 대리석 피부에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군데군데 남아있다. 그 상흔은 금빛 결로 지극히 고귀한 인간다움을 드러낸다. 이 조각 혹은 흉상을 전통 회화 기법으로 평면 캔버스에 담아낸 작가 필립 미라조비치Filip Mirazović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가 조각과 흉상이 지닌 전통적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작 회화 연작은 국내 첫 개인전 <검은 대리석, 그 속의 금결>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레이지 마이크에서 만날 수 있다.
필립 미라조비치Filip Mirazović. ‘Solace’, ©Filip Mirazović / Courtesy of Lazy Mike
세르비아 출신으로 파리에서 주로 활동하는 필립 미라조비치는 인간이 끊임없이 상처받고 결핍되는 복잡한 감정을 가진 불완전한 존재임을 성찰해오고 있다. 인공지능, 유전자 조작, 신경 과학 등 현대과학과 기술이 빠르게 발전을 이루면서 이러한 인간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음을 인식한 그는 인간의 본질을 깊이 탐구한다. 니체가 제시한 ‘초인’ 개념을 철학적으로 사유한 작가는 바로크와 로코코 장식 예술에서 차용한 고대 신화 속 인물과 사이보그를 결합하여, 직접 경험한 심리적 서사와 내면세계를 담아냈다. 검은 대리석 형상에 인간 존재의 무게감과 역사성을 표현한 작가는 인간이 지닌 고유한 정체성과 기술 시대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다움의 흔적을 금빛 결로 드러내었다.
개인전 <검은 대리석, 그 속의 금결>이 열린 레이지 마이크에서 작품 ‘The Magician’을 소개하는 필립 미라조비치 작가
또한 그는 검은 대리석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목재와 코발트블루 빛 도자기 등 여러 질감으로 형상된 인간 조각상을 붓질로 그려낸 연작들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우리는 여전히 인간적인지 묻는 필립 미라조비치 개인전은 오는 5월31일까지.
레이지 마이크
Lazy Mike
레이지 마이크는 2017년 미하일 오브차렌코Mikhail Ovcharenko와 타티아나 멜니코바Tatiana Melnikova 부부가 설립한 갤러리이다. 현재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Riga에 본점이 있고, 2024년 9월 서울 삼청동에 전시 공간을 마련하여 아시아 진출을 알렸다. 하반기에 확장된 공간으로 옮길 예정인 레이지 마이크는 ‘국경을 넘는 예술’과 ‘열린 소통’을 지향하는 철학 아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작가 12명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 1길 37, 3층
관람: 화요일(Tue) - 토요일(Sun), 11:00 – 18:00
(일요일,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Words by Grace
Still. Courtesy of Lazy M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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