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랜드 II> 전시 공간은 오페라 극장? 영화관?
입력: 2025.06.10(화)
2025. 6. 3 - 8. 17
아더랜드 II: 와엘 샤키, 아크람 자타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극장 커튼이 쳐져 있다. 그 앞에는 오페라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와 어우러질 듯한 고풍스러운 의자가 놓여 있고 조명이 비춘다. 화면에는 이집트 ‘우라비 혁명Urabi Revolt’을 그린 와엘 샤키의 ‘드라마 1882’(2024) 영상이 재생된다. 스크린 앞에 빨간 관람석이 놓여 영화관처럼 연출된 또 다른 곳에서는 아크람 자타리의 ‘거부하는 조종사에게 보내는 편지’(2013)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해외 뉴미디어 작가 와엘 샤키Wael Shawky와 아크람 자타리Akram Zaatari의 작품을 선보이는 특별전 <아더랜드 Ⅱ: 와엘 샤키, 아크람 자타리>가 과천에서 6월3일부터 8월17일까지 열린다. 특히 이번에 소개되는 와엘 샤키의 ‘드라마 1882’는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이집트관에서 개인전으로 출품된 작품이고, 행사 내내 가장 큰 화제를 모았다. 김성희 관장은 지난 1월에 국립현대미술관이 국립현대미술관 발전 후원위원회의 기증을 통해 이 미디어 작품을 소장하였다고 밝히며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직접 보지 못한 국내 관람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쁜 마음을 오롯이 전하였다.
와엘 샤키Wael Shawky의 <드라마 1882>(2024) 장면 / Courtesy of MMCA
이번 전시에서 출품작 두 점은 모두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출신 작가 와엘 샤키(b.1971)는 중동 지역의 역사와 신화를 현대적 관점으로 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그 중 <드라마 1882>는 회화 · 조각 · 설치 작품이 모두 등장하는 다채로운 배경과 서구 열강에 의해 꼭두각시 인형처럼 조종당했던 제국주의 시기 이집트인들이 떠오르는 ‘슬로 모션’ 연기가 눈여겨볼 만하다. 또한 이집트 현대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우라비 혁명’을 다루어, 19세기 말 수에즈 운하 건설로 인해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게 된 이집트가 저항했으나 실패로 끝난 혁명이 최근 이집트 민족주의 운동의 시초라고 인정하는 인식의 변화를 드러낸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오페라 형식을 빌려 재조명하였다.
아크람 자타리의 <거부하는 조종사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여주는 스크린 맞은편에는 그의 또 다른 작품 ‘982년 6월 6일, 사이다’가 동시에 상영된다. / Courtesy of MMCA
중동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아크람 자타리(b. 1966)는 1982년 그가 태어난 레바논에서 일어난 전쟁 역사를 배경으로 <거부하는 조종사에게 보내는 편지>를 제작하였다. 전쟁 당시 먼저 침공한 이스라엘의 한 조종사가 학교 폭격 명령을 거부했다고 소문이 퍼지면서 아크람 자타리는 예술가로 성장하는 내내 ‘이스라엘 조종사는 왜 명령을 거부했을까?’를 주요한 화두로 삼아왔다. 폭격당할뻔한 학교는 작가의 아버지가 교장으로 재직하던 남자 중등학교였다. 이러한 상황은 그가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적 가치를 깊이 고찰하는 데 집중하도록 이끌었다. 2012년 이 소문이 포함된 책을 출간한 작가는 실제 사건이었음을 확인하였고, 실존 인물인 조종사와 직접 만나고서 제작한 작품이 바로 <거부하는 조종사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가 제2차 세계대전 중 가상의 독일인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대화를 차용하였다. 또한 생텍쥐페리Saint Exupery의 <어린 왕자>와 프랑수아즈 아르디Françoise Madeleine Hardy의 샹송이 작품 배경으로 등장해 프랑스로부터 영향을 받은 레바논이 지닌 독특한 문화적 특수성을 살펴보게 한다.
Words by Grace
Still. Courtesy of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M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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