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 국립현대미술관, '해외 첫 공개' 이건희 컬렉션으로 워싱턴 D.C.에서 대규모 한국 문화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선보여
입력: 2026.01.04(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전경 / National Museum of Asian Art, Smithsonian Institution
개인이 수집품을 국가에 기증하여 공공이 향유함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1923년 사업가이자 수집가 찰스 랭 프리어Charles Lang Freer가 아시아 미술품을 기증하여 개관한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ational Museum of Asian Art에서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수집품을 중심으로 구성한 한국 보물들이 해외 관람객들과 만나는 특별전은 그 깊은 의미를 보여준다. 2021년부터 미국과 영국의 주요 박물관을 대상으로 국외 순회전을 추진해 온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은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성희)과 협력하여 유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으로 꾸린 전시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서울을 비롯한 지방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개최하였다. 총 관람객 수 262만 명을 기록하며 국민적 성원에 힘입은 두 기관은 ‘이건희 컬렉션’을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한 전시를 미국 워싱턴 D.C와 시카고 그리고 영국 런던에서 차례로 선보인다.
그 시작은 작년 11월 15일 미국 스미스소니언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개막한 대규모 한국 문화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이다. 시대 흐름 속에서 ‘수집’의 의미와 한국 보물이 지닌 예술적 가치를 이해하도록 이끄는 전시는 개막 한 달 만에 1만5천여 명이 찾으며 기획 의도처럼 관객의 실제 체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문화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주제 10개로 나뉜 전시장에는 삼국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미술 작품 205건 330점이 해외 관람객을 맞이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국보 7건, 보물 15건을 포함한 문화유산 총 172건 297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근현대 미술품 24점이다.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를 선보이는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전시장에는 김병기의 ‘산악’(1967)이 벽에 걸렸고, ‘범종’과 ‘법고대’ 등이 같이 놓여 있다.
‘책가도’(조선 19세기)
조선시대 책가도 병풍을 재해석한 공간
전시장 안에 들어서면 조선시대 책가도 병풍이 눈길을 끈다. 그 시대 서원과 사랑방에 놓인 책, 그림 그리고 가구가 그려진 병풍은 유학자들의 삶과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이와 대비되는 화려한 왕실 미술과 불교미술은 권력과 신앙이 예술로 빚어낸 시간을 드러낸다. 또한 고려청자부터 조선 청화백자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수집품은 관람객들이 한국 도자 기술의 발전 과정을 살필 수 있게 하며,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회화 작품은 한국미술의 변화와 흐름을 반영한다. 마지막으로 조선시대 책가도 병풍을 재해석하여 마련한 공간은 한국의 수집 전통을 되새기는 여운을 남기며 전시를 마무리한다.
정선. ‘인왕제색도’(조선 1751년), 국보 © 국립중앙박물관
이러한 전시 구성에서 돋보이는 작품들로는 조선시대 실경산수화의 대가 정선이 그린 ‘인왕제색도’(1751)와 내면세계를 표현한 이명기의 ‘조항진 초상’(18세기 말-19세기 초), 자연의 섭리를 담은 김홍도의 ‘추성부도’(1805) 그리고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세계적 인기로 유명해진 ‘일월오악도’(19세기)가 있다. 불교미술에서는 삼국시대와 고려 문화를 각각 조망하는 ‘금동보살삼존입상’(6세기)과 ‘대방광불화엄경 권15’(13-14세기) 그리고 불교 신앙과 의례를 보여주는 조선시대 도심·태겸의 ‘사직사자도’(1676)가 대표적이다. 도자는 고려청자의 상감기법과 비색을 대표하는 ‘청자 상감운학문 완’과 조선시대 순백자를 대표하는 ‘천·지·현·황이 새겨진 백자 대접’(15세기 후반-16세기) 그리고 기형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는 ‘백자 청화 산수무늬병’(18세기)이 있다.
이응노의 ‘구성’과 ‘군상’과 박래현의 ‘작품’ 등이 걸린 전시장 전경
사진 왼쪽부터 김환기의 회화 두 점 ‘3-X-69#120’(1971), ‘산울림 19-II-73#307’(1973)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증받은 ‘이건희 컬렉션’ 1천여 점 가운데 엄선된 24점은 한국 역사상 격동의 시기였던 20세기 삶과 전통 한국화의 재해석 그리고 서구 미술의 영향이 반영된 작품들이다. 박수근 ‘농악’(1960년대)을 비롯하여 이응노 ‘구성’(1964), 김환기 ‘산울림’(1973) 등이 백남순의 8폭 병풍 ‘낙원’(1936년), 김병기의 7폭 연작 ‘산악’(1967), 채용신의 ‘노부인초상’(1932)과 조화로운 흐름을 이어간다. 새로운 매체를 실험하는 노력을 보인 박래현 ‘작품’(1971), 박생광 ‘무속3’(1980), 정광호 ‘나뭇잎’(1997) 등은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모색한 치열한 과정을 드러내어 눈길을 끈다.
‘수집’을 여러 관점에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번 국외 전시에서는 처음으로 인왕제색도 부채와 조명, 고려청자와 달항아리 키링,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등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인기 문화상품 뮷즈도 함께 선보여 그 의미를 더한다. 또한 한국미술과 수집을 주제로 1월 22일과 23일에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미국 워싱턴 전시는 오는 2월 1일 폐막하고, 이후 미국 시카고에 있는 시카고 박물관Art Institute of Chicago (2026. 3. 7 ~ 7. 5)과 런던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 (2026. 9. 10 ~ 2027. 1. 10)에서 다시 열린다. 시카고와 런던에서는 각 지역과 개최 기관의 관람객 특성을 반영해 일부 전시품을 새롭게 구성하고 전시 연출도 다채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국가 기관이 ‘수집’과 ‘기증’을 거친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인들과 함께 향유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한 노력은 2021년부터 시작되었다. 그해 4월 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고인의 수집품 중 약 2만 1천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1천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나누어 기증했다. 지난 4년간 국립중앙박물관은 분야별 목록집 14권(총 3,000여 쪽)을 발간하고 전체 소장품 정보를 e-museum에 공개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은 900여 쪽에 달하는 ‘이건희 컬렉션’ 소장품 도록을 발간하였다. 그리고 국내 전시에 이어, 이제는 해외 순회전을 개최하여 그 숭고한 뜻을 잇는 동시에 한국 문화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세계에 전한다.
Words by Grace
Still. Courtesy of National Museum of Asian Art, Smithsonian Institution
Still. Courtesy of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MMCA)
Still. Courtesy of National Museum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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