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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 대가 박서보가 남긴 예술세계, 조현 화랑에서 12월3일까지 선보인다

단색화 대가 박서보가 남긴 예술세계, 조현 화랑에서 12월3일까지 선보인다



2023. 8. 31 - 12. 3

박서보 개인전

조현화랑 해운대/달맞이

단색화 대가 故 박서보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연 개인전이 조현 화랑 달맞이와 해운대점 두 곳에서 12월3일까지 열린다. 지난 14일 오전 향년 92세로 별세한 박서보 화백은 폐암 3기 판정을 받을 당시 페이스북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라고 쓰면서 변함없이 왕성하게 활동하였다. 세계에 한국을 대표하는 단색화 장르를 알리고 입지를 다져 국내 현대미술을 주도해온 인물로 평가받는 그가 마지막으로 직접 가족과 함께 개인전이 열린 전시장을 둘러보며 그의 삶과 예술세계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과 마주한 곳이 부산 조현 화랑이다. 1991년 박 화백과 첫 개인전을 기획하며 인연을 맺은 화랑은 그의 작품을 총 14번 선보였고, 이번 개인전에서는 2020년대를 기점으로 제작한 후기 연필 묘법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또한 디지털로 ‘묘법’을 재해석한 비디오 작품이 1,000호에 달하는 연보라 묘법 회화와 함께 선보여 관람객들이 몰입하도록 이끈다. 이외에도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세라믹 묘법 6점, 대형 판화 작품 4점을 포함하여 총25 점이 전시되어 있다.

위) 박서보Park Seo-Bo. Ecriture No.100928’, 2010 아래) ‘1 OF 0: Moving Images’(비디오영상디렉터 박지환) /Courtesy of Johyun Gallery

조현 화랑 달맞이에 있는 돌계단을 올라 커다란 철문을 열면 평소 전시실과는 사뭇 다른 어두운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은은하면서 오묘한 색감과 함께 ‘묘법’의 입체감이 느껴지는 질감을 초고해상도로 확대하여 움직임을 준 디지털 작품이 가로 5.5m, 세로 2.5m에 이르는 대형 화면에 비추어진다. 평소 눈으로 관찰할 수 없던 세밀한 부분을 보고 느끼게 하는 이 작품은 박 화백의 손자 박지환이 제작하였다.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하던 작가가 디지털 문명을 대하며 느낀 공포심을 이겨내고자 사용한 색채를 다음 세대가 디지털 화면으로 재해석하여 그 의미가 깊고 울림을 준다.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오묘한 연보랏빛을 따라 끝없이 이어질 듯한 환영 속을 거니는 끝에 디지털 작품이 아닌 연보라 ‘묘법’ 대형 회화가 선명하게 다가선다. 2010년에 박 화백이 제작한 이 작품은 캔버스 위에 한지를 올려 일정한 간격으로 긋기를 반복하여 눌리고 밀리면서 선과 색이 안으로 빨려든다. 이처럼 한지가 지닌 물성이 연보라색과 어우러져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마음에서 비롯된 자세나 태도를 드러낸다. 또한 손이 지나간 흔적을 덮는 규칙적인 선이 만드는 절제에 담긴 색감은 자연이 자가 치유 능력을 발휘하듯이 소멸하고 소생하길 반복하며 모든 기운을 거두어들이고 또 내보낸다.

박서보 개인전이 열린 조현화랑 달맞이 전시장 전경 /Courtesy of Johyun Gallery

박서보Park Seo-Bo. ‘Ecriture No. 200208, 2020 /Courtesy of Johyun Gallery

2층으로 이어진 전시 공간은 고요한 푸른 기운이 감돈다. 벽에는 박 화백이 1986년에 그만두었다가 최근 다시 작업한 연필 ‘묘법’ 12점이 나란히 걸려 있다.  밝은 파스텔 색감 위로 리듬감이 실린 반복된 선 긋기는 목적 없이 그리고 한없이 반복함으로써 ‘나’를 비우는 작업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어린 둘째 아들이 공책에 글씨 연습을 하다가 네모 칸 밖으로 글씨가 여러 번 삐져 나가자 체념하듯이 빗금을 치던 모습에서 시작한 ‘묘법’은 자연에서 끌어들인 색과 만나 위로와 안정감이 깃들게 되었다.

박서보 개인전이 열린 조현화랑 달맞이 전시장 전경 /Courtesy of Johyun Gallery

박서보 개인전이 열린 조현화랑 해운대점 전시장 전경 /Courtesy of Johyun Gallery

조현 화랑 달맛이와 해운대점에서 만나게 될 자연을 은유한 ‘묘법’은 박서보 화백이 70여 년이 넘는 동안 마음을 수련하며 끊이지 않는 탐구와 실험 정신으로 이루어낸 화업을 오롯이 보여준다. 많은 미술 관계자들은 한국 미술계에 크나큰 영향력을 미치며 후배들을 아우르고 더 나은 길로 인도한 작가라고 박서보를 추억한다. 지치지 않고 미술계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며 마지막까지 선을 긋던 모습을 자연스레 떠올릴 유작을 많은 이들이 감상하며 위로와 따스함을 함께 품길 바란다.

최근 박서보 재단으로 이름을 바꾼 기지재단에서 후배작가 이동은에게 박서보 화백이 그의 삶과 예술을 이야기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잘 익은 홍시빛 작품 ‘Ecriture (描法) No. 080821 (2008) 앞에 선 박서보 화백

박서보(1931-2023)
Park Seo-Bo

박서보(1931-2023)는 1962년 처음 강단에 선 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1962-1997)와 학장(1986-1990)을 역임하였다. 2000년에는 명예교수로 임명되었으며, 한국미술협회 이사장(1977-1980)과 고문(1980)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0년 들어 세계 주요 컬렉터들을 비롯한 미술계에서 단색화로 주목받으며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영국 화이트큐브에서만 2021년 3월 전시를 포함하여 네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을 비롯하여 같은 해 독일 랑엔 재단, 2006년 프랑스 메트로폴 생떼띠엔느 근대미술관 등 유수한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이 외에도 1975년 <제13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1965년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그리고 1963년 <제3회 파리 비엔날레> 등 국제전에 다수 참여하였으며, 2018년 도쿄 화랑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 흰색>, 중국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 <한국의 추상미술: 김환기와 단색화>, 2016년 브뤼셀 보고시안 재단 <과정이 형태가 될 때: 단색화와 한국 추상미술>,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병행 전시 <단색화>, 2012년 국립현대 미술관 과천관 <한국의 단색화>, 1992년 영국 테이트 리버풀 <자연과 함께: 한국 현대미술 속에 깃든 전통정신> 등 여러 그룹전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주요 작품 소장처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홍콩 M+ 미술관, 아부다비 구겐하임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도쿄 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이다.


조현화랑
Johyun Gallery

1990년 개관한 조현화랑은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발굴하고 실험적인 전시를 다양하게 열며 지역 미술 발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뛰어난 안목과 한국 현대미술 사조의 이해를 내세워 단색화 풍의 정창섭, 박서보, 이우환, 윤형근, 김기린의 전시를 여러 차례 열었고, 한국 현대미술의 오늘을 꾸준히 소개한다. 최근에는 김종학, 이배, 권대섭, 윤종숙, 진 마이어슨, 보스코 소디, 베르나르 프리츠, 클로드 비알라, 조루쥬 루쓰, 아야 타카노 등 국내외 주요한 전시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강강훈, 안지산, 이소연, 조종성 등 독보적인 작품세계로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업 활동과 국제무대 진출을 위한 통로로써 힘쓰고 있다. 현재 국내외 아트페어에 활발히 참가하며 동시대 현대미술을 전 세계에 소개하고 주도하는 역할을 해나간다.

달맞이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달맞이길65번길 171
화요일(Tue)–일요일(Sun), 10:30 – 18:30

해운대점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98번길 5
화요일(Tue)–토요일(Sat), 10:30 – 18:30


Words & photographs by Grace
Still. Courtesy of Johyu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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