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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버텨온 고된 삶을 고요한 풍경으로 치유한 작가 빈우혁 개인전 <멧돼지 사냥>

오랜 시간을 버텨온 고된 삶을 고요한 풍경으로 치유한 작가 빈우혁 개인전 <멧돼지 사냥>

입력: 2024.01.29(월)



2024. 1. 12 - 2. 17

멧돼지 사냥 Die Eberjagd

빈우혁

갤러리 바톤


걷는다. 저 멀리 시선을 두고 느긋하게 거닐다가 자연에서 우연히 마주한 무엇인가로 인하여 감정이 차오르기를 되풀이한다. 한 인간으로서 소소하게 행복감에 젖는 행동을 습관처럼 오랫동안 해온 작가 빈우혁. 그는 지탱해온 삶에서 버거움을 덜어내고 무수한 번민으로 뒤덮인 마음을 치유하고자 ‘산책’을 택하였다. 자연이라는 대상에 매료된 작가는 늘 숲을 찾아 나서서 사색하며 화폭에 옮겼다. 빛이 깃든 숲속이나 모네의 ‘수련’처럼 연잎이 끝없이 부유하는 듯한 연못 풍경을 심상에 비추어 풍부한 색조로 추상성을 담아 그려내었다. 이러한 작가의 습관은 베를린으로 이주 후에도 사는 곳에서 가까운 티어가르텐Tiergarten 공원에서 계속되었다.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열린 빈우혁 개인전 <멧돼지 사냥Die Eberjagd>은 이처럼 베를린 공원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연작으로 선보여왔던 작가가 뜻하지 않은 휴식기를 보내는 동안 성숙한 마음가짐과 태도로 대상을 대하며 그려낸 신작을 선보인다.

빈우혁Bin Woo Hyuk. ‘Osiris Pond’, 2023 /Courtesy of Gallery Baton

빈우혁 개인전 <멧돼지 사냥>이 열린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 전시장 전경 /Courtesy of Gallery Baton


“마침내, 나는 화가로서 자연 앞에 더 명료하게 되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 내 감각의 실현은 언제나 무척 어렵다.
나는 내 감각 앞에 펼쳐지는 강도(intensity)에 도달할 수 없다.
자연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놀랍도록 풍부한 색채를 나를 갖고 있지 않다.”
- 폴 세잔Paul Cézanne -


빈우혁Bin Woo Hyuk. ‘Uferweg’, 2023

‘보이는 정경을 어떻게 이차원 평면으로 옮길까’. 폴 세잔처럼 자연을 묘사 대상으로 삼은 화가는 모두 비슷하게 고심할 듯하며, 빈우혁 작가 역시 지금 같은 화풍으로 작업한 초기부터 이러한 고민이 오랜 숙제였다. 정경 속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어떻게 거르고 줄여서 자연이라는 본질을 화폭에 오롯이 담아낼지 생각한 작가는 풍경이 넓게 펼쳐지도록 그려왔다. 그런 그가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은 수면의 일부분이나 고목에 자라난 이끼처럼 몹시 작은 대상에 더 집중하였고, 화려한 색채로 붓질하여 추상 형태와 감각을 드러냈다. 이를 마주한 관람자는 작가의 의도대로 ‘마들렌 효과’처럼 화면 밖 정경을 떠올리게 될 듯하다. 또한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눈길을 끄는 대형작은 흑백만으로 거칠게 그렸지만 다른 작품들처럼 그의 변화된 관점을 읽을 수 있다. 목탄으로 그린 드로잉 작품 49장이 벽면을 가득 채우며 드러난 ‘멧돼지 사냥’ 동상은 석회화 건염으로 어깨가 아파서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못한 작가가 꾸준히 산책하며 눈여겨본 소재이다. 현실감 넘치는 모습으로 창을 들고 서 있는 인물을 제외한 다른 요소들을 반추상으로 묘사한 빈우혁은 비슷한 시기에 그린 다른 회화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관점으로 표현한 회화 기법을 보여준다.

걷고 또 걸으며 찰나를 담은 회화에는 계절이 바뀌는 가운데 고요한 정취가 깊고 그윽하게 스며있다. 그리고 강렬한 색채가 묻어나는 붓질이 살아 움직이듯이 자유롭게 흔적을 남기며 소용돌이치는 작가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늘진 삶에 평온한 자연이 위로를 건네는 빈우혁 개인전은 2월17일까지.


빈우혁 (b. 1981)
Bin Woo Hyuk 

2021년부터 베를린조형예술가협회원으로 활동하는 빈우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전문사 졸업 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화과에서 석사를 수료하였다. 주요 개인전은 갤러리바톤(2014, 2017, 2021), 경기도미술관(2018), OCI미술관(2014), 챕터투(2019)에서 선보였다. 서울시립미술관(2021), 경기도미술관(2020),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2020), 성곡미술관(2016)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작가는 2021년부터 베를린조형예술가협회(BBK Berlin-Professional Association of Visual Artists Berlin) 멤버로 활동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OCI미술관, 챕터투, 매릴랜드 예술대학(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을 포함한 국내외 미술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BMW 아트 프로젝트(2023)에 참여하였고, 최근 TV 드라마를 포함한 대중 매체와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였다.


갤러리 바톤
GALLERY BATON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116 (한남동)
화요일(Tue)–토요일(Sat), 10:00 – 18:00
(월요일, 일요일 휴관)
문의: 02. 597. 5701


Words by Grace
Still. Courtesy of GALLERY BA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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