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9272 2.JPG

Hi.

리아뜰 매거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함께, ‘예술여행’ 해요!

Welcome to our magazine.
We document culture & art in travel. Hope you have a nice stay!

북유럽 정경과 일상이 어우러진 마리아 반델 개인전 <Not Keeping Journal>

북유럽 정경과 일상이 어우러진 마리아 반델 개인전 <Not Keeping Journal>

입력: 2023.12.05(화)


2023. 11. 17 - 12. 16

Not Keeping Journal            

마리아 반델 Maria Wandel

공근혜 갤러리


지친 누군가에게 조용히 다가와 포근하게 품어주는 듯한 북유럽 특유의 정경과 일상이 담긴 회화 전시가 열렸다.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덴마크 출신 작가인 마리아 반델의 개인전이 공근혜갤러리에서 오는 16일까지 선보인다. 덴마크 왕립미술아카데미를 졸업한 1977년생 작가 마리아 반델은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하였고, 최근에는 일본과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도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번 한국 전시에서는 2023년 최신작 <Not keeping journal, 일기를 쓰지 않음> 연작과 2019년에 발표한 <Here once again, 또다시 여기에> 연작 등 회화 2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크고 작은 캔버스들이 걸려 있고, 맑고 잔잔하거나 경쾌한 색감으로 시원스럽게 붓질한 그림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일상에서 겪거나 본 무엇인가가 잔상으로 남아서 그렸다는 작가는 작품과 마주한 이들이 끝없이 상상하기를 바란다. 갤러리 1층에 들어서면 카페와 그 창문 너머로 보이는 듯한 수풀, 고요한 바다, 저 멀리 댕- 울리는 종, 어스름한 풍경, 건물 안 혹은 바깥에 있는 사람이 각 캔버스에 그려져 있다. 작가가 그랬듯이, 관람객도 안에서 밖으로 나와 천천히 걷는 산책자 겸 관찰자가 되어 대상을 바라보고 이야기 흐름을 이어가며 새로운 심상을 그려내게 된다.

작품 ‘Beaming’ 옆에 서서 미소 짓는 마리아 반델 작가. 사진 오른쪽 작품은 ‘IT’.

분홍색과 밝은 파란색이 눈에 띄는 대형 회화는 어느 날 마리아 반델이 카페에서 본 ‘담배 피우는 남자’의 모습이 계속 잊히지 않아서 그린 작품이다. 캔버스 가운데에 담배를 들고 있는 손가락이 마치 시곗바늘 같다거나, ‘IT’라고 크게 쓰인 글자가 그것(it)이 아닌 정보통신 기술을 가리키는 ‘아이티’인 줄 알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추상적으로 그려져 형체가 분명하지 않은 그림들에서는 ‘골목인가? 여기에 사람들이 있을까?’ 생각하거나 ‘The Italian profesor slips out the backdoor’라는 글귀를 보고 또다시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 사람은 미끄러졌는지 아니면 어딘가에서 급히 빠져나온 모습인지 상상하게 된다. 2층 전시장에서도 비슷한 연출로 자연과 일상이 어우러져 평범하지만 유쾌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침대, 베개, 알약 여러 개가 각각 그려진 캔버스가 실제 가구가 배치된 듯이 벽에 걸려 있어, 관람자는 마치 내 침실에 있는 사람처럼 편안한 자세와 마음으로 고요한 푸른 바다와 낚싯바늘이 그려진 대형 회화를 바라볼 수 있겠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나?’, 아니면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떠올릴 수 있을 듯하다. 혹은 덴마크에서 20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다는 작가가 알약을 먹으면 어딘가로 데려다주는 상상을 한다며 “사실 환승지에서 난 이미 알약을 먹었어요.”라고 웃으며 한 이야기처럼 우리를 일상이 아닌 새로운 휴식처로 데려다줄지 모르겠다.

마리아 반델 개인전 <Not Keeping Journal >이 열린 공근혜 갤러리 2층 전시장 전경

바쁜 일상에 쫓기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가가 선사하는 ‘쉼과 잔잔한 즐거움을 오롯이 누리고 새로운 영감과 기운을 얻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전시는 오는 16일까지.


공근혜 갤러리
Kong Gallery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8 /Tel. +82 2 738 7776
Hours 화요일(Tue) – 토요일(Sat), 10:30 AM–5:30 PM

2005년에 개관한 공근혜 갤러리는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며 사진 전문 갤러리로 이름을 알렸다. 삼청동으로 이전한 2010년부터 회화, 조각, 비디오, 설치 등 다양한 현대미술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베르나르 포콩(프랑스), 마이클 케나(영국), 어윈 올라프(네덜란드), 펜티 사말라티(핀란드), 팀 파르치코브(러시아), 첸 루오 빙(중국) 등 세계적인 작가들과 전속 계약을 맺었고 젠 박, 태 킴, 민정연, 신혜진 같은 젊은 국내 작가들을 해외 미술계에 적극적으로 소개한다.


Words by Grace
Additional photographs by Koeun Lee
Still. Courtesy of K.O.N.G. GALLERY
© 리아뜰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젊은 작가 5인이 기억 저편에서 끌어낸 다섯 가지 서사 &lt;Momentary Momentum&gt;

젊은 작가 5인이 기억 저편에서 끌어낸 다섯 가지 서사 <Momentary Momentum>

'흐르는 빛'을 비추는 사물의 재발견, 플로렌스 허칭스 개인전 &lt;BODY  CLOCK&gt;

'흐르는 빛'을 비추는 사물의 재발견, 플로렌스 허칭스 개인전 <BODY CL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