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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으로 빚어낸 깊고 아득한 감각 세 가지, 한·중·일 그룹전 <The color BLUE>

푸른빛으로 빚어낸 깊고 아득한 감각 세 가지, 한·중·일 그룹전 <The color BLUE>

입력: 2024.3.14(목)
수정입력: 2024.3.18(월)


2024. 2. 24 - 3. 24

The color BLUE

이노쿠마 카츠요시, 이채, 리우 커

화이트스톤 갤러리

푸른빛이 깊고 먼 곳으로 이끈다. 저 너머 푸르게 물든 대상으로부터 일렁이는 감각과 감정이 피어올라 어딘가로 향하여 다름 아닌 내면세계로 짙게 스며든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으로 가장 많이 꼽는 파란색은 평온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우울 혹은 고독을 뜻하기도 하여 차갑고도 따뜻한 양가적 요소를 담고 있다. 이렇듯 파란 빛깔은 인류 보편적 감성을 품고 있어서 특히 작품을 창작하는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색채를 중시한 이집트인들은 파라오 투탕카멘의 가면에 감청색을 띤 불투명한 보석 ‘청금석’을 사용하고 이를 갈아서 물감 안료로 만들어 여러 장식 예술에 활용하였고, 12세기 이후에 그려진 성모 마리아는 종교적 묘사를 보여주는 성스러운 청색 의상을 입었다. 근현대에 들어서 안료가 발달하면서 탄생한 인디고 블루indigo blue, 코발트 블루cobalt blue, 울트라마린 블루Ultramarine blue 등 다양한 파란 색채를 수많은 화가가 화폭에 담아내어 새로운 영감과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로 다른 사회 분위기와 문화 정취를 지닌 동아시아 세 나라 일본 · 중국 · 한국 예술가 3인이 푸른 색상을 탐구한 전시가 열렸다. 서울 용산 화이트스톤 갤러리에서 소개하는 그룹전 <The color BLUE>는 이노쿠마 카츠요시(일본), 리우커(중국), 이채(한국)가 각각 푸른 색상이 지닌 다양한 면면을 살피고 고찰하여 독창적으로 표현한 추상화를 3월24일까지 선보인다.

이노쿠마 카츠요시Katsuyoshi Inokuma. ‘IN BLUE May 18’, 2018 / Courtesy of Whitestone Gallery

한·중·일 작가 그룹전 <The color BLUE>가 열린 화이트스톤 갤러리 전시장에 걸린 이노쿠마 카츠요시 작품 ‘IN BLUE May 17’(2018) / Courtesy of Whitestone Gallery

일본 작가 이노쿠마 카츠요시Katsuyoshi Inokuma의 작품 4점이 나란히 걸린 전시장 전경 / Courtesy of Whitestone Gallery

1951년 일본에서 태어난 이노쿠마 카츠요시는 1993년에 처음 그의 대표작 <IN BLUE> 시리즈를 발표하였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울트라 마린 색상으로 온통 뒤덮은 화면을 여러 개로 나눈 작가는 직사각형 몇 개를 그 안에 그려 넣었다. 고요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 시리즈는 초기에 화려한 색감이나 물감을 떨어뜨리는 드리핑이 섞였다면, 지금은 어두운 색감을 써서 심미적인 아득함이 느껴지는 공간을 표현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눈으로 미묘하게 무엇인가 바뀌고 있음을 느낄만한 여러 푸른색을 사용하였고, 커피 가루를 안료와 섞어서 질감을 드러냈다. 푸른색으로 공간의 깊이를 명확하게 보여주고자 한 작가는 심해(深海)를 떠올릴 독특한 푸른색을 직접 만들어 한결같이 사용해오고 있다. 이노쿠마는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작품, 그리고 깊숙한 그곳에 와닿는 작품으로 이를 마주하는 관람객들이 자기 기억을 포개어 공감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울림을 주는 푸른색’을 연구하겠다는 뜻을 덧붙였다.

한·중·일 작가 그룹전 <The color BLUE>가 열린 화이트스톤 갤러리 전시장에 걸린 리우 커Liu Ke 대표작 ‘Blue Lane’(2022) / Courtesy of Whitestone Gallery

중국 작가 리우 커Liu Ke의 작품 3점이 나란히 걸린 전시장 전경 / Courtesy of Whitestone Gallery

일상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 조각들을 추상회화에 다차원으로 그려내는 중국 작가 리우 커(b. 1976). 그를 대표하는 작품 ‘Blue Lane’ 은 파랗고 검은 두 가지 색이 한 화면에서 맞서는 듯이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주로 투명성, 유동성, 신비로움 그리고 자유를 상징하는 푸른색과 쉽게 모양이 바뀌지 않고 단단한 성질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검정색을 한 프레임 안에 담아냄으로써 관람객이 이성과 비이성, 물성과 정신성을 견주어 생각하도록 이끈다. 또한 그는 세로선과 가로선을 복잡하게 얽고 곡선과 콜라주를 더하여 역동적인 리듬감과 긴장감을 만드는 작업도 선보여서 푸른빛을 새로운 감정으로 마주하게 한다.

한국 작가 이채 작품들이 걸린 화이트스톤 갤러리 전시장 전경 / Courtesy of Whitestone Gallery

전시 첫날 만난 이채 작가가 신작 ‘The Blue Flower [Untitled]’(2024) 옆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깊고 무한한 푸른 빛은 ‘자라남’이다. 이채 작가(b. 1989)는 온 세상을 부드럽게 포옹하는 듯이 황혼이 깃들고 어둠이 내려앉으며 달빛이 비치는 밤을 포착하였고, 이처럼 고요하고 장엄한 자연을 그의 정신세계로 고스란히 옮겨와서 화폭에 담아낸다. 물감을 닦아내고 엷은 층이 진 물감을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고르게 펴 바르는 그의 작업 과정은 땅으로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하늘로 가지를 뻗는 나무와 꽃이 자라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듯 이채 작가에게 푸른빛은 꽃 한 송이와 나뭇가지를 만들어내는 자연이 지닌 무한한 생명력이자 내면세계에서 끝없이 가다듬고 성장하는 그의 정신과 마음을 내비친 색이다.

한·중·일 작가 그룹전 <The color BLUE>가 열린 화이트스톤 갤러리 3층 전시장 전경 / Courtesy of Whitestone Gallery

이처럼 세 작가는 그들의 삶과 문화적 배경, 예술 방식에 따라 같은 듯 미묘한 파란빛에 깊고 신비로우며 무게감 있는 철학적 사유를 담아내어 관람객들에게 온전히 전한다. 그리고 함께 사색하길 바란다.


화이트스톤 갤러리
Whitestone Gallery

서울 용산구 소월로 70
화요일(Tue)–일요일(Sun), 11:00 – 19:00


Words & photographs by Grace
Still. Courtesy of Whiteston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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