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미술관, 작품 위를 걷는 전시 <Mark Bradford: Keep Walking> 3월 1일까지 연장
입력: 2026.02.02(월)
수정입력: 2026.02.03(화)
넓은 전시장의 바닥을 가득 채운 작품 위를 관람객들이 걷는다. 천천히. 그리고 멈춰 서서 가만히 내려다본다. 자연스럽게 걸으며 남기는 흔적이 작품 일부가 되는 색다른 관람을 경험한 관람객들은 전시실 하나를 작품으로 만든 압도적인 규모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인상 깊고 신선하다고 말한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린 마크 브래드포드의 국내 첫 개인전 <Mark Bradford: Keep Walking>이 SNS에서 화제를 모으며 관람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전시는 예정보다 더 연장하여 3월 1일까지 개최된다.
마크 브래드포드는 '사회적 추상화Social Abstraction’라는 독창적 시각언어로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인 그는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관 대표 작가였고, 주로 부패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을 회화 · 조각 · 설치 · 영상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한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40여 점으로, 대표작으로는 초기 회화 ‘파랑Blue’(2005), 마릴린 먼로가 출연한 1953년 영화에서 영감받은 ‘나이아가라Niagara’(2005) 그리고 ‘떠오르다Float’(2019)가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공간에 맞춰 전시장 바닥 전체를 덮는 회화적 설치물로 재구성한 작품 ‘떠오르다’는 전시장에 들어서는 관람객들의 시선과 감각을 사로잡고, 전단지나 광고 포스터 같은 부산물들을 긴 띠로 만들어 엮은 그 위를 걷는 행위로 이끈다.
커다란 구체들 아래를 오가며 불탄 대륙과 바다를 통해 파편화된 세계를 마주하게 되는 작품 ‘그는 잿더미의 왕이 되기 위해서라도 나라가 타오르는 것을 볼 것이다He Would See This Country Burn if He Could be King of the Ashes’(2019) / Courtesy of Amorepacific Museum of Art
이외에도 천장에 매달린 여러 구체에 파괴적 권력 욕망이 초래하는 사회 붕괴와 정치 몰락을 함의한 ‘그는 잿더미의 왕이 되기 위해서라도 나라가 타오르는 것을 볼 것이다He Would See This Country Burn if He Could be King of the Ashes’(2019)와 폭풍 피해 복구에서 소외된 계층을 다룬 추상 회화 연작 ‘폭풍이 몰려온다Here Comes the Hurricane’(2025) 등이 있다.
20세기 초·중반 차별을 피해 이주한 흑인 600만 명의 ‘대이주’를 소재로 삼은 ‘기차시간표’ 연작 ‘공기가 다 닳아 있었다The Air Was Won Out’(2025) 작품 앞에 선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
전시 도록 <Mark Bradford: Keep Walking>
지난 9월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 현장 모습
이렇듯 날카로운 통찰로 현실을 드러낸 그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과 도록 또한 마련되어 있다. 우선 지난해 10월부터 휴관일에 큐레이터와 함께 전시를 감상하는 특별 프로그램 'With Curator'가 성황리에 진행되었는데, 연장 기간에도 추가 회차가 이어진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제작한 도록 <Mark Bradford: Keep Walking>은 뮤지엄숍에서 만날 수 있다. 작가의 대표작과 다양한 전시 사진이 영국 코톨드예술학교 부학장 Dorothy Price와 사회학자 Haja Marie Kanu의 글과 함께 수록되어 전시의 여운을 더욱 풍부하게 남길 수 있을 듯하다.
‘폭풍이 몰려온다Here Comes the Hurricane’(2025)는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가 새롭게 구상한 연작으로, 전시장 전체를 둘러싼 검은 벽지와 종이 표면을 산화하여 만들어낸 금빛 무늬는 폭풍의 결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4월 1일부터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FIVE – FROM THE APMA COLLECTION>이 개최될 예정이다.
Words and photographs by Grace
Still. Courtesy of Amorepacific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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