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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관객·작품·미술관의 '살아있는 교감'을 이끄는 티노 세갈 개인전 개최…〈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 공개

리움미술관, 관객·작품·미술관의 '살아있는 교감'을 이끄는 티노 세갈 개인전 개최…〈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 공개

입력: 2026.04.01(수)






2026. 3. 3 - 6. 28

티노 세갈
Tino Sehgal

리움미술관 M2, 로비, 정원




미술관 안이다. 전시장이 아닌 로비에 서 있을 때 누군가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건넨다. “저는 학창 시절이 ‘연결감’을 가장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때였어요.” 몇 마디 말을 더하고서 그는 자리를 뜬다. 또 다른 사람은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도 감정도 버리려고 한다. 복잡해지지 않고 단순해지는 것, 나 스스로 집중하는 계기다.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요즘에는 좋은 것 같다.”라고 속삭이듯 자기 생각을 건네고 군중 속으로 사라진다. 관람자는 그 말을 곱씹으며 잠시 멈춰 선다. 그때에 군중에 섞여 있던 한 명, 두 명이 서로 손가락을 맞대고 천천히 움직인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망설이다가 손을 내밀어도 괜찮다.

지난달 3일, 리움미술관 전시 연계 아티스트 토크를 끝낸 티노 세갈은 그를 향해 다가온 참석자의 질문에 웃으며 대답하고 있다.

관람자 곁으로 와서 말하거나 몸짓하는 그 누군가는 해석자Interpreters다. 이들은 현대미술가 티노 세갈Tino Sehgal이 설정한 예술 행위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수행한다. 경제학과 무용을 전공한 그는 감정과 심리 상태를 드러내기 위한 ‘움직임’을 탐구하는 현대 무용 언어를 무대 위에서 전시장으로 끌어들였다.

또한 ‘탈생산de-production’을 지향한 그는 물질적 재료로 제작한 작품이나 문서 · 사진 · 영상 같은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대신 ‘삶의 경험’에 기반한 행위 예술을 통해 이러한 작업 방식을 25년간 계속해왔다. 신체와 언어 그리고 교감을 바탕으로 티노 세갈이 연출한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에서 관람자는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이때 형체를 갖추지 않은 작품은 사라지지 않고, 오직 경험과 기억으로 지속된다.

이미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2013)를 비롯하여 세계 주요 미술 기관에서 이러한 전시를 선보여온 티노 세갈은 지난 3월 3일부터 국내 관람객과도 처음 만나고 있다.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 <티노 세갈Tino Sehgal>은 현대미술 영역을 넓혀 온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전시는 미술관 입구를 거쳐 로비와 전시장 그리고 정원으로 이어지며 ‘구성된 상황’ 총 8점이 펼쳐진다. 2021년 스위스 바이엘러 재단Fondation Beyeler에서 개인전을 선보이기 이전에 미술관 안에서만 대화하는 퍼포먼스로 주목받은 작가는 그 뒤로 광활한 정원 역시 전시장으로 활용해왔다. 이번 리움 전시 역시 건축 내부를 넘어 자연까지 아우르는 전시 공간에서의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미술관 입구로 걸어가는 길에서부터 벌어지는 ‘상황’을 마주한 관람객이 길과 연결된 정원을 거닐며 또 다른 퍼포먼스와 동화됨으로써 우연한 관계가 형성되는 묘미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리움 건물 입구로 향하는 길에서부터 일어나는 ‘상황’은 무엇일까. 미술관 직원으로 분한 해석자 서너 명이 관람객이 보일 때마다 다가오듯 춤추며 “This is so contemporary~(이건 너무 현대적이야)”라는 구호를 경쾌한 음률을 붙여 되풀이하여 노래한다. 이때 ‘컨템포러리’는 현대미술을 비꼬듯 이르는 말일 수도, 혹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상황 자체를 가리키는 말일 수도 있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상황’을 이미 겪은 관람객들은 놀라거나 재밌다는 반응이 이어지는데,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저 가던 길 걸으며 바라보기만 해도 ‘이미 작품에 참여하였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로비에서 최신작 ‘무제Untitled’(2026)를 경험한 관람자는 이어진 M2 전시장 B1 중앙홀을 들어설 때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Félix González-Torres의 비즈 커튼을 매개체로 또다시 새로운 공간 속 상황을 연출하는 해석자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이 입장This entry’(2003), ‘이 환희This joy’(2020), ‘이 당신나나당신This youiiyou’(2023)이 기간별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첫 작품 ‘이 입장’은 무용수 외에도 바이올린 연주자 · 축구 선수 · 사이클 선수가 각각 바이올린 · 축구공 · 자전거를 몸 일부처럼 다루며 균형을 잡는 듯이 행동하거나 서로의 움직임과 악기 소리에 반응한다. 이 작품은 4월 5일까지 공개되고,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포함한 여섯 곡의 선율이 두 해석자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통해 새롭게 와닿는 ‘이 환희’(4. 7 ~ 5. 17)와 ‘이 당신나나당신’(5. 19 ~ 6. 28)이 차례로 이어진다. ‘이 당신나나당신’은 엘 그레코의 작품 <목자들의 경배>(1577-1579) 속 경배자들이 아기 예수를 돌보며 생겨나는 유대 관계를 탐구한다.

중앙홀에서 또 다른 비즈 커튼을 열면,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조각 작품들이 놓인 공간에서 실제 커플인 두 해석자가 구체적인 행위 16개를 지정해준 ‘대본(기록 없음)’대로 작품 ‘키스Kiss’(2002)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미술사에서 다양한 ‘키스’ 장면들을 참조하여 재구성했고, 두 해석자는 서로 껴안은 채 천천히 동작을 이어나간다. 지난 3월 3일 티노 세갈과 리움미술관 김성원 부관장이 진행한 ‘아트 토크’에서 한 관람객이 ‘여자는 적극적인데 남자는 헤어지려고 하는 듯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이야기하여 웃음을 자아내며 공감을 얻었고, 작가는 다양한 역할이 있으니 꼭 20분 이상 감상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전시 공간 안에서 로댕의 청동 조각상과 살아있는 조각으로서 실재하는 인간 사이에 대비된 관계를 바라보는 관람객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상상하며 이 장면을 기억하게 될 듯하다.

이번 전시는 오브제가 있는 공간에서 얼마나 다양하고 깊은 사유를 끌어낼 수 있는지에 가치를 둔다. 특히 소장품은 티노 세갈의 ‘구성된 상황’과 조우하여, 이를 함께 아우르는 리움미술관의 건축적 공간이 전통적인 보존 장소를 넘어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을 지니게 한다. 오귀스트 로댕을 비롯하여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부터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권오상, 강서경, 솔 르윗Sol LeWitt 등에 이르기까지 리움 미술관이 소장한 조각 작품 중 26점을 작가가 직접 선정하였고, 구상에서 추상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흐름을 그려낸 전시장은 M2 1층이다. 작가는 이곳에서 작가의 초기작 중 하나인 ‘무언가 당신 코 앞에 나타나게 놔두는 대신 춤추는 브루스와 댄 그리고 다른 것들Instead of allowing something to rise up to your face dancing bruce and dan and other things’(2000)을 선보인다.

다시 로비와 ‘This is so contemporary~’를 지나 정원으로 향하면, 마지막 작품 ‘이 당신This you’(2006)을 만나게 된다. 이 작업은 리움미술관 야외 데크에 새롭게 조성된 장소특정적 설치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Gabriel Orozco Garden〉에서 4월 3일 처음 공개된다.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Gabriel Orozco Garden>(2026) 세한삼우(歲寒三友) 플라자 5 © Gabriel Orozco, Photo by 정희승 / Courtesy of Leeum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Gabriel Orozco Garden>(2026) 항공 전경 © Gabriel Orozco, Photo by 정희승 / Courtesy of Leeum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 스케치(2025) © Gabriel Orozco, Photo by 정희승 / Courtesy of Leeum

멕시코 출신 작가 가브리엘 오로즈코가 설계한 이 정원은 사람들이 걷고 머무르며 시간을 경험하도록 구성된 공적 공간이자, 그의 세 번째 ‘정원-조각’ 프로젝트다. 소나무와 대나무, 매화가 매서운 계절 속에서도 서로를 지탱하는 ‘세한삼우(歲寒三友)’와 원형 기하학이 어우러진 이곳은 자연과 구조가 교차한다.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Gabriel Orozco Garden>(2026) 동측 전경 © Gabriel Orozco, Photo by 정희승 / Courtesy of Leeum

이 공간에서 관람자는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의 감정을 전하는 해석자와 우연히 마주한다. 세레나데처럼, 혹은 예언처럼 건네는 말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지만, 그 순간은 오래 남는다. 살아있는 관계 속에서 지금을 경험하도록 이끄는 티노 세갈의 전시는 작품이 사라진 이후에도 지속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여전히 존재한다. 작품은 전시장을 떠난 이후에야 비로소 완성된다.


리움미술관
Leeum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5길 60-16
관람: 화요일(Tue) - 일요일(Sun), 10:00 – 18:00 (매표마감 17:30)  
(월요일 휴관 / 1월1일, 설날(음력), 추석 당일
문의: 02. 2014. 6900
관람 예약: 홈페이지 (www.leeumhoam.org/leeum)


Words by Koeun Lee
Still. Courtesy of Le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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