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9272 2.JPG

Hi.

리아뜰 매거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함께, ‘예술여행’ 해요!

Welcome to our magazine.
We document culture & art in travel. Hope you have a nice stay!

양혜규, 잠든 한옥에서 고유한 시간과 얽힌 기억을 깨우는 전시 <동면 한옥>

양혜규, 잠든 한옥에서 고유한 시간과 얽힌 기억을 깨우는 전시 <동면 한옥>


2023. 8. 30 – 10. 8

프레젠테이션 <동면 한옥>

양혜규

국제갤러리 한옥



지난 4월 벨기에 겐트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양혜규는 5월 호주국립미술관에서 선보인 <양혜규: 부터-까지로부터의 변화로부터> 전시가 성황리에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관람객들과 10월8일까지 만나며 특별한 전시 관람 경험을 선사한다. 최근 본격적인 전시 공간으로 바꾼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한옥에서 장소 특성을 살린 양혜규 조각과 평면 작품을 선보이는 프레젠테이션 <동면 한옥>이 열렸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06년 국내 첫 개인전으로 선보인 <사동 30번지>와 연결 지으면서 장소에 스며든 고유한 시간과 얽힌 기억을 감각으로 느끼며 작품과 마주하게 될 듯하다.

폐가에 미술 요소를 들인 양혜규 전시 <사동 30번지>

지난 2006년 8월 양혜규는 인천 서해 연안 부두와 가까운 한 폐가에서 <사동 30번지>를 선보였다. 여전히 많은 미술인이 기억하고 언급하는 이 전시에서 작가는 청소와 전기 연결을 우선 과제로 해결하였다. 그리고 작품이라고 하기 어렵고 ‘유령 같은 삶’을 상징하는 깨진 거울, 조명기기, 벽걸이 시계, 종이접기로 만든 오브제, 형광 안료 등 여러 장치를 안에 가져다 두었다. 빨랫감이 없음에도 천으로 덮은 건조대는 펼쳐서 안방에 놓고, 진동 주기를 재는 스트로보스코프 앞에 둔 구형 선풍기는 느리게 회전한다. 장독대가 있던 자리에 전망대를 들인 작가는 관람객이 그곳에 있는 아이스박스에서 생수를 직접 꺼내 마시거나 수도가 연결되지 않은 야외 수돗가에 심은 봉숭아와 국화에 물을 줄 수 있게 하였다. 이 전시에 처음 등장한 빨래 건조대와 의류 행거는 그 뒤로 양혜규 작가가 작업하는 조각의 대표적인 오브제로 자리 잡았지만, 당시에는 미술과 거리가 먼 재료들이 곳곳에 자리한 모습을 마주한 관람객들이 매우 낯설게 여겼다. 그런 가운데 오랜 세월이 흘러 낡디 낡은 가옥은 이 모든 이질적인 요소들을 아우르며 어엿한 전시 공간으로 여기게끔 하였다.

이번 전시 <동면 가옥>은 이전보다 훨씬 정돈된 환경인 국제갤러리 한옥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그러면서도 천장에 조명을 달기보다는 바닥 군데군데 전기 양초를 켜두었고 ‘프리즈’가 열린 기간에는 야간에 손전등 불빛에 기대어 작품을 감상하도록 하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여러 한약재 냄새가 코끝까지 밀려오고, 한옥 바닥에 늘어져 있거나 오래된 옛날 집에서 저장용으로 쓴 장독이나 쌀가마 같은 조각들이 그득하게 들어차 있어 기묘한 느낌이 든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작가가 ‘동면’이 주는 느낌을 관람객들이 온전히 받아들이기 바란 연출이다. 제작 시기가 제각각인 작품들이 전시된 가운데 2023년 신작들이 많이 눈에 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때에 촛불만 켜둔 한옥 안에서 양혜규 최신작 ‘소리나는 행성 주머니 – 홍예 식물 지도’(2023)를 바라본 사진 /Courtesy of Kukje gallery

양혜규의 프레젠테이션 <동면 한옥> 전시 전경 /Courtesy of Kukje gallery

전시장 입구에서 ‘토템 로봇’과 아직 용이 되지 못한 전설 속 이무기가 떠오르는 ‘중간 유형 – 서리 맞은 다산의 오발 이무기’를 차례로 지나면(맨위 사진) 가장 최근에 제작한 ‘소리나는 행성 주머니 – 홍예 식물 지도’(2023)를 마주하게 된다. 거대한 벌집이나 열매처럼 생긴 매혹적인 생명체 같은 이 작품은 무지갯빛 방울을 가득 단 몸체와 해저 · 사막 · 열대 같은 지역을 주제로 만든 인조 식물이 담긴 주머니로 구성하여 인공물과 자연을 조화롭게 아우른다. 벽에 설치된 흑경 조각 ‘칠흑같이 회전하고 반사하며 흐르는 검은 큐브형 수도꼭지 – 비늘 굴린 정사각형 #17’과 한옥 뒤뜰에 나무를 감싸고 있는 ‘중간 유형 – 탄소 맞은 수컷 칠발 이무기’도 올해 신작이다.

뒤뜰에 널린 듯이 늘어져 있는 작품 ‘중간 유형 – 탄소 맞은 수컷 칠발 이무기’(2023) /Courtesy of Kukje gallery

입구 반대쪽으로 걸어가면 작가가 10여 년 동안 꾸준히 제작해온 모노 프린트를 이용한 판화 작업과 의도한 요소와 빗방울, 먼지, 꽃가루, 벌레 등 우연한 환경 요소를 포함한 〈래커 회화〉 연작이 있다. 그리고 중국과 베트남의 국경 사이를 차 타고 가면서 울퉁불퉁한 길과 여행 과정을 추상적으로 생생하게 기록한 〈멀미 드로잉〉 연작도 벽에 걸려있다.

양혜규의 근작과 최신작을 아우르는 프레젠테이션 <동면 한옥>이 국제갤러리 한옥에서 열리고 있다. /Courtesy of Kukje gallery

이외에도 오랜 시간 동안 민속과 수공예에 관심을 가진 작가는 조각 〈검정 속내 두발 희부연이〉(2015)와 무속 전통에서 사용되는 종이 무구로부터 영감 받은 〈황홀망〉 연작을 접이식 목재 병풍으로 제작한 ‘황홀두폭병恍惚二幅屛 – 방언 충천 춘하春夏 기수도 #3’(2022)를 나란히 선보인다. 처마 밑 서까래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타고 위기를 모면하는 남매를 그린 한국 전통 설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로부터 영감 받은 설치작 ‘소리나는 동아줄’(2023)이 걸려있다.

이제 막 준비를 마친 전시 공간을 천천히 돌아보고 나니, 마치 사람이 드문드문 찾아오는 연극 무대나 풍경과 같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품은 한옥이 그 자리에서 지내온 시간 흐름을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들도 같이 잇듯이 자연스레 놓여 이야기를 건네고 공간에 스며들도록 한다.


국제갤러리
Kukje Gallery

Seoul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4, 48-10 /Tel. +82 2 735 8449
Hours
Monday(월)–Saturday(토), 10 AM–6 PM / Sunday(일) & National holidays(공휴일), 10 AM–5 PM

영국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ArtReview>가 발표한 ‘2022 파워 100’에 75위로 선정된 이현숙 회장이 1982년 설립한 국제갤러리는 지난 40년 동안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화랑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로버트 메이플소프, 루이스 부르주아, 아니쉬 카푸어, 알렉산더 칼더, 우고 론디노네, 장-미셸 오토니엘, 제니 홀저, 줄리안 오피 등 해외 주요 작가 개인전을 연달아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또한 강서경, 권영우, 박서보, 양혜규, 유영국, 이우환, 최욱경, 하종현 등 국내 작가이 작업하고 해외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며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부산시 수영구 망미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F1963에 국내 두 번째 지점을 개관하여 지역사회에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접할 국내외 현대미술가 전시를 꾸준히 열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1회 ‘아트 바젤 파리+(이하 파리+)’에 참가하여 현지인을 비롯한 전세계 컬렉터들로부터 성과를 거둔 국제갤러리는 프랑스 파리 방돔 광장Place Vendôme에 첫 해외 지사를 열어 한국미술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유럽에 적극적으로 알린다.


Words by Grace
Still. Courtesy of Kukje gallery
© 리아뜰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이트스톤 개관 기념 두 번째 그룹전 &lt;WE LOVE KOREA II&gt;

화이트스톤 개관 기념 두 번째 그룹전 <WE LOVE KOREA II>

예술 작품이 디자인 스토리와 만나 무한하게 펼치는 &lt;가능한 세계들&gt;

예술 작품이 디자인 스토리와 만나 무한하게 펼치는 <가능한 세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