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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솔올미술관 개관전  <루치오 폰타나: 공간·기다림>과 <In Dialog: 곽인식>, 4월14일까지 열려

강릉 솔올미술관 개관전 <루치오 폰타나: 공간·기다림>과 <In Dialog: 곽인식>, 4월14일까지 열려

입력: 2024.03.01(금)

길게 이어진 산봉우리가 눈앞에 펼쳐져 있어 오랜 시간 느긋하게 쉼을 누리고 싶은 강릉시 교동7공원에 자리한 솔올미술관이 지난 2월14일 개관전을 열었다. ‘소나무가 많이 있는 고을’을 뜻하는 이름처럼 평온하고 서정적인 자연이 예술과 조화를 이루는 이곳에서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작품을 4월14일까지 만나게 된다. 한국 미술관 최초로 루치오 폰타나 전시를 연다고 밝힌 김석모 솔올미술관장은 “1940년대 후반 그가 제안한 혁신적인 ’공간주의‘를 미술사 맥락에서 펼쳐 보임으로써,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동시대 미술에 의미 있는 미학적 물음을 던진다”라고 말하였다. 건물에 한쪽만 고정되어 날개처럼 보이는 외팔보와 하얀 외관 사이에 투명 유리로 둘러싸여 빛과 아름다운 풍광을 동시에 안으로 끌어들이는 파빌리온으로 구성된 솔올미술관 로비에 들어서면 천정에 설치된 네온이 눈길을 끈다. 1951년 루치오 폰타나가 공간에 설치하려고 제작한 ‘제9회 밀라노 트리엔날레를 위한 네온 구조’(1951/2024)를 그대로 재현한 작품이다. 그리고 1층 전시실 1에는 회화 12점과 조각 9점이 있고, 2층 전시실 2에서 네온 작품과 연결되는 설치 작품 5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또한 세계 미술사 흐름 속에서 한국미술의 미학적 가치를 새롭게 찾아내어 널리 알리고자 마련한 기획전 <In Dialog: 곽인식>은 2층 전시실 3에서 회화와 조각 20점을 선보인다.


2024. 2. 14 - 4. 14

루치오 폰타나: 공간·기다림

Lucio Fontana

전시실 1 & 2, 로비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 Courtesy of Sorol Art Museum

1946년 루치오 폰타나가 <백색 선언Manifesto Blanco>을 발표하였다. 이는 전통 미술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발달하는 현대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다차원적 미술 형식을 제안한 기념비적 선언이었다. “우리는 예술의 진화를 이어가고자 한다”로 시작하는 선언문은 새로운 미술에 대한 폰타나의 강한 의지와 함께 여러 미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서 태어난 루치오 폰타나(1899-1968)는 이탈리아에서 미술 공부를 마쳤고, 1925년 예술가 훌리오 반초와 조각 스튜디오를 열어 중요한 전시회에 여러 차례 참여하였다. 밀라노에 있는 브레라 국립미술원을 졸업한 해인 193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조각 작품을 선보였으며, 구상과 추상이 융합된 작업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조각 연구를 지속하면서 세계 여러 기관으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그는 사회 격변과 흐름을 같이하는 미술운동이 활발한 가운데 ‘백색 선언’을 공개하였고, 그 이듬해인 1947년에 또다시 <공간주의 - 제1차 공간주의 선언>을 발표하면서 예술이 나아갈 지향점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냈다. ‘공간주의 선언’은 예술이 물질적으로는 수명을 다하지만, 이미 수행된 행위gesture는 불멸이 아닌 ‘영원’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솔올 미술관이 기획한 전시는 바로 이 발표 이후 폰타나가 선보인 공간주의 미술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작가는 오로지 형태와 색, 소리가 지닌 조형성을 공간에 담아내고, 거기에 감상자의 움직임을 더해 작품을 4차원으로 넓히는 시도를 했다. 그 결과 빛을 이용하여 ‘공간개념Concetto spaziale’을 확장한 <공간 환경Ambiente spaziale>(1947) 연작이 탄생했다. 또한 그는 회화가 지닌 평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캔버스에 구멍을 내거나 칼자국을 낸 <뚫기Buchi>와 <베기Tagli> 연작을 선보이며 공간개념을 끌어들였다. 이 회화 연작이 돌과 비슷하게 생긴 금속을 베거나 뚫어 ‘자연’이라고 이름 붙인 조각 연작과 함께 전시장 1의 벽면에 걸려 작은 캔버스 그 너머를 바라보게 한다.

솔올미술관 개관전 <루치오 폰타나: 공간·기다림>이 열린 1층 전시장1 전경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공간 개념Concetto spaziale〉, 1949-1950 / Courtesy of Sorol Art Museum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제4회 카셀 도큐멘타를 위한 공간 환경Ambiente spaziale in Documenta 4 a Kassel〉, (1968/2024) / Courtesy of Sorol Art Museum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붉은 빛의 공간 환경Ambiente spaziale a luce rossa>, (1967/2024) / Courtesy of Sorol Art Museum

2층에 있는 전시장 2에서는 직접 폰타나의 공간에 들어가서 하나된 느낌으로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미술관 입구를 지나 새하얀 벽과 유리로 둘러싸인 로비에 들어서서 스며드는 햇살과 천장의 네온 작품으로부터 나오는 빛이 퍼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경험한 관람자들은 칸막이한 다섯 곳에서 색다른 공간과 빛을 만나게 된다. <공간 환경>으로 불리는 이곳은 1940년부터 1960년대 사이에 당시 설치했던 작품 그대로 재현하였고, 그 안에서 관람자는 기술 발전이 우주 탐사로까지 이어지는 동시대 흐름을 따르며 끊임없이 무한한 공간을 찾아낸 루치오 폰타나가 4차원 혹은 그 너머를 풀어낸 예술을 공유하게 될 듯하다.


2024. 2. 14 - 4. 14

In Dialog: 곽인식

전시실 3

주변에서 흔히 보는 사물이 꺼내놓는 말이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 낸다고 여긴 작가 곽인식(1919-1988). 솔올미술관이 세계와 한국을 연결하여 미학적 담론을 만들어 내고자 기획한 또 다른 전시 <In Dialog: 곽인식>에서 루치오 폰타나와 의외의 연결 고리를 찾아낼 수 있을 듯하다. 그의 몇몇 작품이 철 구슬로 유리판을 깨뜨리거나 동판을 찢고 다시 봉합하는 방법으로 제작되어, 캔버스에 구멍과 칼자국을 낸 폰타나와 작업 방식이 유사하다는 생각이 언뜻 든다. 그리고 그가 1960년대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전위적 미술운동이자 ‘가난한 미술’로 불린 ‘아르테 포베라’나 일본 ‘모노하’보다 빠르게 '물성 탐구' 선구자의 길을 걸었다는 점 또한 눈길을 끈다. 비록 재일 한국인이라는 한계와 사회 인식을 극복하지 못하여 그동안 한국 미술계에서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지만, 당시 한국과 일본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알려졌다.



 

“우주 속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사물이 존재한다.
이토록 많은 사물이 무언가를 말하게끔 하고
그 무수한 말을 들을 수 있게 된다면,
현재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사물이 꺼내는 말은 틀림없이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 낼 것이다. (...)
나는 일체의 어떤 표현행위도 멈추고 사물이 꺼내놓는 말을 듣고자 한다.”


솔올미술관 개관전 <In Dialog: 곽인식>이 열린 솔올미술관 2층 전시장3 전경 / Courtesy of Sorol Art Museum

곽인식Quac Insik. <Untitled,> 연작 / Courtesy of Sorol Art Museum

앞서서 고유한 예술 언어를 찾아냈음에도 곽인식의 작업 세계를 최근 들어 깊이 연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과 행위에 집중한 폰타나와 다르게 전통과 물질을 주제로 삼은 곽인식 작가가 우주 속 사물로부터 새로운 차원으로 향하는 상상이 예술로 잇닿았음을 드러낸 작품이 폰타나의 ‘공간주의’와는 어떤 교차점이 있을지 생각해볼 기회가 주어진 이번 전시는 특별하다. 전시장에 놓인 유리판, 도기, 동판으로부터 작가가 들었을 이야기가 우리를 어떤 ‘영역’으로 이끌지 모를 일이다.

이렇듯 우리 삶으로부터 이어진 고요한 시·공간 속에서 기다리며 사유하고 서서히 깨어나는 감각을 오롯이 느끼게 되는 이번 두 전시는 솔올미술관이 공공미술관으로써 향후 나아갈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국미술이 지닌 가치를 조명하고 세계 미술과 연결 짓는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KoRICA이 미술관 위탁 운영을 맡아 루치오 폰타나 재단과 함께 학문적으로 깊이 연구하여 미술사 맥락에서 가치를 되새기는 의미 있는 전시를 선보이는 결실로 공공성을 증명하였다. 또한 세계적인 미술관을 건축하고 1984년 저명한 프리츠커 건축상을 거머쥔 ‘백색 예찬자’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의 건축 디자인과 철학을 계승한 마이어 파트너스가 미술관 설계를 맡아 화제성까지 뒷받침되었다. 이처럼 각계 전문가들이 4년여 동안 공들여 문을 열었지만, 두 번째 전시로 마련한 추상표현주의 대표작가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의 국내 최초 개인전이 끝나는 올해 하반기부터 미술관을 운영하게 될 강릉시가 아직은 뚜렷한 비전을 보여주지 않아 미술계는 물론 많은 이들이 솔올미술관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계속 지켜보아야 할 듯하다. 한 가지 더, 루치오 폰타나 전시가 끝남과 동시에 미술관 천장에서 빛을 머금은 네온 작품이 사라진다. 솔올미술관을 방문한 모두의 기억 속에 잔상으로 남게 될 이 예술품은 루치오 폰타나가 선언한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예술은 행위로써 영원하지만 물질적으로는 수명을 다할 것이다”.


솔올미술관
Sorol Art Museum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원대로 45
관람: 예약제로 운영 / 전시관람권 1만원
- 하절기(5월 - 10월), 10:00 – 19:00
- 동절기(11월 - 4월), 10:00 – 18:00
(월요일, 1월 1일, 설날 당일, 추석 당일 휴관)
문의: 033. 641. 3376


Words & photographs by Koeun Lee
Still. Courtesy of Sorol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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