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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뒤덮은 <색, 그리고 제스처>'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에서 에밀리오 베도바의 국내 첫 개인전 선보여

'공간을 뒤덮은 <색, 그리고 제스처>'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에서 에밀리오 베도바의 국내 첫 개인전 선보여

입력: 2023.12.13(수)



2023. 11. 16 - 2024. 1. 13

색, 그리고 제스처

에밀리오 베도바

타데우스 로팍 서울



“이미지가 아닌 제스처가 당신을 공격하고 덮친다”라고 이야기한 이탈리아 추상화가 에밀리오 베도바Emilio Vedova(1919-2006)는 그 말처럼 힘을 실어 거침없이 움직이는 손짓과 몸짓으로 일필휘지(一筆揮之)하듯이 자유로운 예술세계를 펼쳤다. 마음을 나눈 동료이자 친구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를 비롯한 신표현주의 작가들에게 더할 수 없이 큰 영감을 준 베도바는 20세기 후반 이탈리아에서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런 그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렸다. 열정을 쏟은 예술적 실험을 이어가며 정점에 이른 1980년대와 2006년 10월25일 생을 마감하기 전에 남긴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에밀리오 베도바 개인전 <색, 그리고 제스처>는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1월13일까지 열린다.

에밀리오 베도바Emilio Vedova, 스튜디오에서(1948) © Fondazione Emilio e Annabianca Vedova

1919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태어난 작가는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표현주의와 입체주의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스스로 예술 재능을 키웠다. 특히 예술가로서 정치적 목소리를 강하게 낸 그는 1943년 ‘예술이란 심미적 의무와 도덕적 의무를 함께 져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운 이탈리아 반(反)파시스트 협회 코렌테Corrente에 가입하였다. 1938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비롤리Birolli, R.의 주도로 결성된 코렌테는 무솔리니 체제가 내세운 정치이데올로기 파시즘에 항거하는 문학미술인들이 활동한 단체로, 초현실주의나 표현주의 같은 현대 미술운동을 비난하는 움직임에도 맞섰다. 비록 협회는 1944년에 강제 해산되었지만, 그로부터 2년 뒤에 베도바는 ‘정치 미술에 있어 추상만이 유효한 형식’이라는 신념을 가지면서 밀라노에서 신사실주의 선언문oltre guernica에 공동서명하였다. 또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문화 기준으로 삼은 예술가와 조각가가 발표한 신예술전선Fronte Nuovo delle Arti의 창립 구성원으로서도 활동하였다. 그 당시 베도바가 제작한 작업은 3차원 현실 세계를 이차원 평면회화로 가져온 큐비즘Cubism의 공간 개념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흑백 그림 <검은 기하학> 시리즈이다. 그는 이 작업으로 1948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처음 참가하면서 페기 구겐하임Peggy Guggenheim과 인연을 맺었고, 그의 1950년대 작품은 구겐하임에 소장되었다. 1951년에는 제1회 ‘상파울로 비엔날레’에서 ‘젊은 예술가상’을 받고 제1회 ‘카셀 도쿠멘타’(1955)에 참가한 이후 1956년 구겐하임 국제상을 받은 베도바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국제 미술계에 그의 입지를 탄탄히 하였다. 그 뒤로도 ‘액션 페인팅’으로 잘 알려진 잭슨 폴록Jackson Pollock과 닮은 듯 다르게 몸을 활용하여 역동적이고 빠르면서 정교함이 깃든 붓질이 특징인 베도바의 회화는 여전히 흑백 색조로 뒤덮였다. 그는 서서히 추상적 이미지에 콜라주와 그래피티 같은 기법을 새롭게 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마침내 벽에서 떼어낸 그림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공간에 입체적으로 담는 ‘플루리미plurimi’ 작품들을 1962년에 완성하였다. 색 · 선 · 면으로 이루어진 평면회화가 조각을 넘어 공간에서 상호작용하는 몸짓(제스처)으로 형태와 개념이 확장된 이 작품은 베도바의 몸 자체이면서 그가 뿌리를 둔 베네치아의 바로크 건축 양식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흑백 외에도 빨간색과 노란색을 사용함으로써 유럽과 차별화된 베네치아 고유한 특징을 분명하게 드러내었다.

1964년 베를린에서 플루리미 시리즈 ‘Plurimo 5’를 제작 중인 에밀리오 베도바Emilio Vedova © Fondazione Emilio e Annabianca Vedova

1967년 몬트리올 캐나다 엑스포의 이탈리아 전시관 설치 전경. 에밀리오 베도바Emilio Vedova 작품 ‘Percorso/Plurimo/Luce’ © Fondazione Emilio e Annabianca Vedova

Video provided by Fondazione Emilio e Annabianca Vedova(에밀리오 베도바 재단)

“나는 틴토레토의 아들이자,
고야의 아들, 게르니카의 피카소의 아들이자
표현주의와 다다이즘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연유로 이 움직임의 플루리미, 사물들은 다다이즘에 대한 오마주이다.”

- 에밀리오 베도바 -


에밀리오 베도바Emilio Vedova. ‘Untitled’, 1983, 캔버스에 아크릴, 파스텔, 시멘트와 모래 /Courtesy of Thaddaeus Ropac

에밀리오 베도바 개인전 <색, 그리고 제스처>가 열린 타데우스 로팍 서울 전시장 전경

베네치아를 영원한 노스탤지어라며 건축은 물론 색 · 빛 · 물, 심지어 도시에 있는 모래 질감까지 작품에 담는 노력을 기울인 베도바는 1980년 51세 나이에 멕시코로 떠난 여행에서 이전보다 더욱 강렬하고 거대한 추상회화로 나아가는 기회를 맞이하였다. 그곳의 광활한 풍경과 냄새, 다채로운 색감과 마주한 베도바는 독재정권에 저항하며 일어난 멕시코 혁명에서 혁명군에 가담하여 투쟁한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José Clemente Orozco의 정치적 색이 짙게 묻어난 벽화가 주는 깊은 울림에 마음이 움직였다. 이러한 경험과 더불어 그에게 또 다른 영감을 준 작품은 16-17세기 베네치아에서 웅장한 르네상스 시대가 저물고 바로크 시대가 열리는 무대를 독특한 시점으로 구성한 매너리즘 화가 틴토레토Tintoretto의 대형 유화이다. 고향에 있는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된 교회 내부를 스케치하며 그림을 배운 베도바는 ‘공간 속 나(정신과 육체)’라는 의식을 자연스럽게 지닌 채로 여러 대가와 함께 틴토레토의 작품을 모방하며 베네치아 예술 전통을 따르고 결을 같이하려 했다. 그 당시 작가는 대형 캔버스에 모래와 아크릴 물감을 섞어서 지형이 연상되는 질감을 구현하고, 빨강 · 노랑 · 초록으로 선명한 색채 위에 흑백 물감으로 거침없는 제스처를 수놓았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선보이는 1980년대 작품들이 그것이다. 전시장에 같이 걸린 2000년대 작품들은 크기가 작아진 대신, 밝은 색 물감 위에 붓보다는 손가락으로 흔적을 많이 남기며 그만의 고유한 제스처를 더욱 강조하였다.

타데우스 로팍 전시장에 걸린 에밀리오 베도바Emilio Vedova의 2000년대 작품들 /Courtesy of Thaddaeus Ropac

에밀리오 베도바Emilio Vedova의 2000년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렇듯 평생 뿌리로 삼은 베네치아의 풍경과 색채 그리고 치밀한 구조를 바탕으로 정치 미술을 표현한 추상 기법 그리고 두꺼운 물감 위에 지나간 손과 손가락 흔적처럼 거침없는 행위(제스처)로 만들어낸 공간은 에밀리오 베도바 그 자체다. 그의 의식이 온전히 깃든 내면세계를 품고 간직한 작품들을 만나는 전시 <색, 그리고 제스처>를 기획하고 선보인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화가 베도바를 소개하는 무료강연을 지난 12월2일에 진행하였다. 미술 교육인 이소영이 역사를 바탕으로 한 그의 생과 화업 그리고 베네치아에 있는 에밀리오 베도바 재단Fondazione Emilio e Annabianca Vedova을 직접 방문하여 둘러본 그의 작품들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1시간여 동안 전하였다. 또한 재즈 보컬리스트 이동우의 마임 퍼포먼스와 배우 소유진의 작품 내레이션 그리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송강식의 연주가 어우러진 즉흥공연이 지난 12월7일에 펼쳐졌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곁들여 에밀리오 베도바가 작품에 담아낸 깊은 울림이 새로운 감각으로 많은 관람객에게 전해진 이번 전시는 오는 1월13일까지 계속된다.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에서 진행한 강연 사진. 서울점 디렉터 황규진(왼쪽)과 그 옆에 미술교육인 이소영이 강연 시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에밀리오 베도바 x 이동우/소유진/송강식 전시연계공연 영상(2)

에밀리오 베도바 x 이동우/소유진/송강식 전시연계공연 영상(3)


에밀리오 베도바 (1919-2006)
Emilio Vedova

‘Per la Spagna 1962 - n.5’를 작업하는 에밀리오 베도바, 1962. Photo: Maria Teresa Muraro. © Fondazione Emilio e Annabianca Vedova /Courtesy of Thaddaeus Ropac

에밀리오 베도바는 세계를 무대로 유수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선보였던 작가이자, 동시에 헌신적인 예술 교육자였다. 그는 베를린과 잘츠부르크 그리고 베네치아에서 오랜 기간 교편을 잡았으며, 1965년과 1983년에는 미국에서 강연하였다. 작가가 숨을 거두던 2006년 10월25일까지 멈추지 않고 예술적 실험을 거듭한 문화적 유산은 베도바와 그의 아내가 설립한 에밀리오 베도바 재단Fondazione Emilio e Annabianca Vedova에 보존되어 있다. 재단은 꾸준히 전시를 열고 관련 서적을 출판하여 20세기 미술사에서 베도바가 차지하는 위상과 중요성을 널리 알리며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최근 전시는 바덴 아르눌프 라이너 미술관(2020), 밀라노 팔라초 레알레(2019), 메츠 퐁피두 센터(2019), 피렌체 노베첸토 미술관(2018), 뒤스부르크 쿠퍼스뮐레 현대미술관(2016) 등에서 열렸다. 또한 그의 작품은 수많은 이탈리아 기관과 비엔나 알베르티나, 함부르크 미술관,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 미술관, 뉴욕 현대 미술관MoMA, 베를린 국립 미술관, 프라하 국립 미술관, 뮌헨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 필라델피아 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
Thaddaeus Ropac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122-1 서울 포트 힐 빌딩 1, 2층 (한남동)
화요일(Tue)–토요일(Sat), 10:00 – 18:00
(월요일, 일요일 휴관)
문의: 02. 6949. 1760


Words and photographs by Koeun Lee
Still. Courtesy of Thaddaeus Ropac
Images © Fondazione Emilio e Annabianca Vedova
Still & Video. Courtesy of Fondazione Emilio e Annabianca Ved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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