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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봄'에 매혹된 영국 작가 헤일리 톰킨스와 아서 레이들로 2인전 <Life Like Looking>

'바라봄'에 매혹된 영국 작가 헤일리 톰킨스와 아서 레이들로 2인전 <Life Like Looking>



2023. 8. 4 – 8. 30

Life Like Looking

Hayley Tomkins헤일리 톰킨스
Arthur Laidlaw
아서 레이들로

에프레미디스 서울



어루만지듯이 바라본다. 본질을 참되게 보고 싶은 마음과 피부에 닿을 듯이 가깝고 친밀하게 대하고 싶은 욕망이 얽히며 대상을 마주한다. 헤일리 톰킨스Hayley Tompkins와 아서 레이들로Arthur Laidlaw 두 작가는 바라봄looking 그 자체에 매혹되어 ‘나‘와 이미지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감을 좁혀가면서 접점을 찾아냈고 작품에 내보였다. 이들 작업은 사물과 평면에 붓질과 손길이 닿으면서 층이 두껍게 쌓여 감촉을 상상할 수 있게 됨으로써, 배려하면서 집착하고 적당히 친밀한 듯하면서도 숨 막힐 정도로 사로잡힌 느낌을 동시에 준다. 그리고 밝고 풍부한 색감으로 뒤덮인 화면은 형태 · 경계 · 원근이 모두 흐트러지면서 모호한 추상을 드러낸다.



어째서 매혹fascination일까?
본다는 것은 보는 거리를, 분리의 결정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거리를 두기 때문에 접촉도, 오해의 여지도 없다.
하지만 거리를 둔 오브제를 바라보며 무엇인가가 와닿는 느낌이 있다면?
손끝에 닿는 것이 아니라 손안에 잡히는 감각이라면 어떠한가?
시각이 원격 접촉의 방식이라면 바라봄 속에 어루만짐의 특징 또한 전달되지 않는가?

- 모리스 블랑쇼, <문학의 공간>에서 -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정념적으로 사로잡힌다고 ‘바라봄’을 이야기한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블랑쇼처럼 두 작가는 사물이나 도시와 건축물에서 감정을 끌어내어 그저 바라보는 행위에 의미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특히 우리 눈에 익숙한 도끼 · 의자 · 공책이라는 사물에 단지 색을 입힐 뿐인 헤일리 톰킨스는 일상 소재와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차이에는 ‘관심’이 모순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의자를 하얗게 칠하고 그 위에 새로운 색을 덧칠하고 먼저와 다른 물감을 한 가지 섞어 바르기를 되풀이하는 작가는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색을 모두 다른 의자에도 길게 붓질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의자 두 개에서 같은 빛깔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데, 작가는 ‘색이 무엇을 하는지 볼 기회’를 관람자가 갖도록 의도하였다. 하얀 칠을 남겨둔 자리는 어떨까. 내가 바라보는 의자에 누군가 앉아서 또 다른 의자에 눈길을 두는 상상을 해본다면 어떨까. 여백을 따라 시선이 흐르면서 대상이 주는 여유로움이 피부에 와닿을 듯하다.

헤일리 톰킨스Hayley Tomkins 도끼 ‘Mallet (2021)’와 회화 ‘Speaker Bloom with space (2022)’ /Courtesy of Efremidis

헤일리 톰킨스Hayley Tomkins의 의자 시리즈 /Courtesy of Efremidis

헤일리 톰킨스Hayley Tomkins의 종이 작품 시리즈 <untitled>(2021) /Courtesy of Efremidis

도끼와 패널에 작업한 회화도 다채로운 색이 눈길을 끌기는 마찬가지이다. 바라봄으로써 눈앞에 아른거리는 이미지와 형상, 감정 변화를 포착하여 빠르게 기록한 종이 작품은 색상 블록이 서로 맞물려 촘촘하게 채워지면서 인물이나 풍경이 지닌 견고한 형태를 넌지시 보여준다. 그리고 투박하지만 자유로운 색과 선이 더해져 ‘바라봄’을 형상화한다.

아서 레이들로Arthur Laidlaw.Cannes 2, 2022 (사진 오른쪽) /Courtesy of Efremidis

아서 레이들로의 최신작 러그 작품 ‘Adalbertstraße 9’과 <Shatter> 시리즈 5점 /Courtesy of Efremidis

눈에 든 도시와 건축물에 남겨진 과거 흔적을 파고드는 아서 레이들로는 그로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을 끌어낸다. 그리고 자기 기억이 틀릴 수 있다는 의구심이 들어 스스로 질문을 많이 던지는 편이다. 밀도 높은 붓 터치로 강렬한 색을 입힌 추상 회화를 그려내는 작가는 언제나 구성 요소를 풍부하게 하여 진실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전한다. 찰나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사진을 직접 찍지만, 프레임 속 장면조차 담지 못한 무엇인가 존재한다고 생각한 작가는 복잡한 작업 과정을 거쳐 이를 회화로 구현해낸다.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으로 사진 두 장 이상을 합친 작가는 투명도, 뒤집기, 대비 효과를 주고 흑백으로 바꾸어 각 회색 부분마다 디지털 반전을 적용한 색상으로 덧칠한다. 화면은 원색에 가까운 짙은 보라색과 황토색이 주를 이루고, 그림자가 있어야 할 자리는 흰색으로 둔다. 사진에서 빛과 어둠, 양각과 음각을 새롭게 구성하여 공간감을 흐리는 방식으로 회화 화면을 구성한 작가는 사진 작업에서 드러난 형태와 윤곽선에 맞추어 스텐실 기법으로 만든 모양을 캔버스 위에 얹고 구아슈 스프레이를 뿌린다. 그 위에 색을 입힌 모양 그대로 유화물감과 파스텔을 써서 따라 그리거나 형태를 거스르며 붓질하여 작품을 완성한다.

이번 전시에서 아서 레이들로 작품 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 회화는 프랑스 도시 칸을 배경으로 선보인 대형 작품 <Cannes> 시리즈 두 점이다. 같은 편집 이미지와 스텐실을 사용하여 경험을 공유하면서도 물감과 파스텔을 칠하는 방식을 다르게 하여 제작하였다. 두 작품을 번갈아 바라보면 기억이 조각나면서 희미해지는 것 같고, 춥고 더운 계절에 상반되는 기억을 떠올리며 따스하거나 서늘한 감정선이 대비되는 관계를 연상하게 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 기억과 감정, 느낌을 표현할 색상을 만드는 작가는 특히 캔버스의 하얀 바탕을 여백으로 두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불확실한 사실을 묻는 그가 흐릿함을 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영역에서 답을 찾아 나가는 대화를 이어가거나 스스로 기억의 오류들을 엮어 고민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관계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마주한 관람자에게도 현실은 무엇인지, 상상한 것은 무엇인지, 그 기억 속 무엇이 나에게는 어떻게 다가올지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남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 아서 레이들로는 필름 카메라를 내내 손에 쥐고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러그, 의자와 흔한 물건들이 놓여 편안하고 아늑한 일상이 느껴지는 공간에서 서로 향하듯이 혹은 어루만지듯이 시선이 오간다. 작가와 작품뿐만 아니라 두 작가의 작품이 마주하거나 관람자가 작품 하나하나 바라보며 좁혀가는 거리감에서 비롯된 새로운 인식이 마음을 사로잡는 관계를 이어가며 주위를 환기한다.


에프레미디스 서울
Efremidis Seoul

지난 5월, 서울에 전시 공간을 마련한 독일 베를린 에프레미디스는 독일 신표현주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폭넓은 현대미술 컬렉션을 소장한 컬렉터 스타브로스 에프레미디스Stavros Efremidis와 갤러리스트 우승용Tom Woo이 2018년에 공동 설립한 갤러리이다. 5년여 동안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 ‘아트바젤Paris+ par Art Basel’, ‘FIAC’, ‘아트 쾰른Art Cologne’, ‘리스테 바젤Liste Art Fair Basel’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에 꾸준히 참여하였고 여러 차례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았다. 에프레미디스 서울은 전속 작가를 소개하는 그룹전을 두 차례 열었고, 세 번째로 2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41-19 1층
Tel +82 70 7778 2018
Hours 화 – 토, 10 AM – 6 PM


Words and photographs by Grace
Still. Courtesy of Efremidis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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