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My Life I've Been Afraid of Power

나는 평생 권력을 두려워했다

안드레아 페레로ANDREA FERRERO

갤러리신라 서울

분홍빛 우아한 건축물이 무너지며 부러진 듯한 기둥과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 바닥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다. 마치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 유적지를 떠올리게 하는 전시를 선보이는 예술가는 멕시코 출신 안드레아 페레로이다. 올해 뉴욕 스위벨 갤러리에서 같은 제목으로 개인전 <All My Life I've Been Afraid of Power(나는 평생 권력을 두려워했다)>를 먼저 선보인 작가는 서울 삼청동 갤러리신라에서 국내 관람객들과 처음 만난다. 일찍이 문명이 발달하고 문화가 뿌리내린 시대에 권력과 물질적 부를 과시한 유럽 궁전에서 호화로운 연회가 펼쳐지는 배경에는 식민지 지배와 더불어 정치적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은유하는 조각 작품들이 대리석 무늬를 띤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들어졌다. 르네상스 시대로 접어든 15세기 이후를 배경으로 음식과 연회가 주제인 오페라 장면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현대 부르주아 사회에서도 식민지 이데올로기가 이어지는 징후를 라틴 아메리카에서 발견하였고, 일시적이면서 달콤한 ‘사치품’과 ‘향연’을 키워드로 삼은 전시 공간에 이러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이에 맞서고자 한다. 관람객은 직접 작품에서 초콜릿 조각을 떼어내어 먹을 수 있는데, 조각을 깨뜨리고 없애는 행위를 유도하는 작가는 식민주의 유산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하는 역사의 재연을 이들이 다시금 상기하도록 한다. 이처럼 관객참여형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직접 깨뜨린 초콜릿 조각을 상자(별도 판매)에 담아가는 즐거움을 더하였다. 갤러리 측은 “국내 미술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느꼈을 '예술 피로감'을 씻어내고, 우리가 잠시 잊고 지낸 새로움을 향한 동시대 정신을 다시 찾는 전시에 많이 찾아와주시기를 바란다”라고 전한다.

안드레아 페레로 개인전 <All My Life I've Been Afraid of Power>가 열린 갤러리신라 전시장 작품 사진

**안드레아 페레로***Andrea Ferrero****, ‘All My Life I've Been Afraid of Power,’*** 2023 /courtesy of Gallery SHILLA

안드레아 페레로(b. 1991)
Andrea Ferrero

멕시코시티에 거주하며 권력을 형상화하고 그 관계성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 안드레아 페레로는 페루 교황청 가톨릭 대학교에서 조각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후멕스 뮤지엄(멕시코시티), PS122(뉴욕), 타오위안미술관(대만) 등 유수한 기관에서 작품을 선보여왔다. 버지니아 그루트 재단상(2019)과 호퍼상(2020)을 수상한 작가는 올해 타오위안 국제 예술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갤러리 신라 (서울 /대구)
Gallery SHILLA

서울 종로구 삼청로 111 (삼청동)
화요일(Tue)–토요일(Sat), 12:00 – 18:00
(월요일, 일요일 휴관)
문의:+82 70. 4242.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