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9272 2.JPG

Hi.

리아뜰 매거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예술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발견해보세요 :)

Welcome to LeeAtel Magazine.
Meet art.
Discover something new! :)

오래 머무를수록 달라지는 풍경… 롯데뮤지엄 이강소 개인전 <일어나고 사라지는>

오래 머무를수록 달라지는 풍경… 롯데뮤지엄 이강소 개인전 <일어나고 사라지는>

입력: 2026.09.16(수)
수정입력: 2026.10.19(월)





2026. 8. 21 – 11. 1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
Lee Kang So: Emergence and Dissolution

롯데뮤지엄



1973년 이강소의 첫 개인전이 열린 명동화랑에서 운영한 선술집을 사진으로 남긴 ‘소멸’(1973)

1973년 막걸릿집에서 테이블 위에 주전자와 사발을 놓고, 앞에 앉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은 서로 마주하고 있지만, 정작 자기 모습은 보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어색함 없이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들 앞에 놓인 막걸리 주전자는 정말 세상에 있는 물건인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주위에서 이들처럼 앉아 술을 나누어 마시는 사람들은 또 어떤가. 우리가 보고 경험하며 실제라고 믿는 이 세계는 어쩌면 관념이 아닐까.

그 장면이 사진으로 남았다. 제목은 ‘소멸’. 1973년 첫 개인전을 명동화랑에서 연 이강소는 실제 선술집에서 사용하던 탁자와 의자, 술잔 등을 전시장에 들여놓고 일주일 동안 막걸리와 안주를 내놓았다. 사람들은 그 공간에 들어와 술을 마시고 대화하고 떠났다. 그사이 술잔의 자리가 달라지고 사람들의 몸짓과 시간이 흔적으로 남았다. 어느 하나도 처음과 같은 상태에 머물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난 일도 아니었다. 사람과 사물, 공간과 시간이 서로 얽히며 작가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이렇듯 1970년대 이강소는 당시의 회화 개념에서 벗어나 모든 존재가 서로 감응하는 장(場)으로서의 미술을 열었다. 그때 시작된 질문은 실험미술에서 회화 · 조각 · 판화로 작업의 영역을 넓혀가는 동안에도 50여 년간 이어졌다.

이강소Lee Kang So 작가. Photo by Chanoo Park / Courtesy of Lee Kang So Zagupsil

그리고 2026년, 그 모든 시간을 지나온 흔적과 여전히 진행형인 감각이 롯데뮤지엄의 공간 안에 펼쳐진다.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은 아마 올해 가장 오래 머무르며 봐야 할 전시가 아닐까. 반세기 이상 시대와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해온 이강소의 회화 · 조각 · 설치 · 판화 · 사진 · 영상 등 150여 점을 이번 개인전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작업을 되짚으면서도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는 작품과 경험에 시선을 둔다. 화선지와 먹을 활용한 한국화 신작을 처음 공개한다. 아직 한 번도 전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조각 작품 ‘유령조각’은 작업실로 꾸민 공간에서 관객에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경계를 경험하게 한다. 또한 1973년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선술집 ‘소멸’은 한국의 마당 문화에서 착안한 평상 구조물을 더해 관객이 자유롭게 머물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재구성됐다.

그러나 오래 보아야 할 것은 작품만이 아니다. 순간적인 붓질과 행위를 통해 예상하지 못한 이미지와 풍경을 화면과 입체 작품에 드러내는 이강소의 예술세계가 이번 전시에서는 공간 곳곳에까지 세심하게 스며들었다. 이강소에게 생성과 소멸, 행위와 흔적에 따른 ‘일어나고 사라짐’은 형상을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순간에도 새로운 의미가 생겨난다.

거울에 반사된 <청명> 기반 LED 신작 전경. Photo by Chanoo Park / Courtesy of LOTTE Museum of Art, Seoul

하얀 갈대가 흐드러진 숲을 보는 듯한 작품 ‘여백’(1971)을 재현한 공간. Photo by Chanoo Park / Courtesy of LOTTE Museum of Art, Seoul

전시장에 관람객을 위해 마련된 자리는 마치 회화 속에서 발견한 형상을 옮겨놓은 듯하다. 그 자리에 앉아 비치된 책자를 읽거나 작품에 시선을 두는 관람객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면, 그 공간에서는 또 어떤 우연한 장면과 흔적이 만들어질까. 전시장으로 향하는 좁은 통로에서도 회화 연작 <청명>을 기반으로 한 LED 신작이 거울에 반사되어 인지와 실재 사이의 실험을 새롭게 경험하게 한다. 흰 갈대를 인위적으로 고정하고 배치해 익숙한 자연물을 낯설게 바라보도록 한 작품 ‘여백’(1971) 역시 이번 전시에서는 양쪽에 설치된 거울을 통해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갈대숲처럼 펼쳐진다. 관객이 바라보는 것은 갈대인가, 갈대의 이미지인가. 자연에서 가져온 사물은 전시 공간 안에서 전혀 다른 풍경이 되고, 눈앞에 보이는 세계가 어디까지 실제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롯데뮤지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관람객은 이강소의 실험을 작품뿐 아니라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서도 경험하게 된다.

‘던지기 조각’을 선보이는 ‘바람이 스친 덩어리’ 섹션 전경. Photo by Chanoo Park / Courtesy of LOTTE Museum of Art, Seoul

‘청명’, ‘무제’, ‘섬에서’ 등 주요 대형 회화 11점이 걸린 ‘회화, 존재를 바라보는 방식’ 섹션 전경 / Courtesy of LOTTE Museum of Art, Seoul

이강소 작가의 작업실을 옮겨온 ‘이어지는 관계’ 섹션 전경. Photo by Chanoo Park / Courtesy of LOTTE Museum of Art, Seoul

공간 곳곳에 스며든 이강소의 예술세계는 여섯 개의 섹션을 따라 서로 다른 매체와 작품으로 펼쳐진다. 첫 번째 ‘바람이 스친 덩어리’에서는 여러 시기에 제작한 ‘던지기 조각’ 3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강소는 흙을 공중으로 던지고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중력과 속도, 우연이 만들어내는 형태를 작품으로 받아들였다. 같은 행위를 반복해도 서로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조각들이다. 이어지는 ‘회화가 시작되는 자리’에서는 한 번의 붓질과 그 반복이 남긴 드로잉을 살펴본다. 세 번째 ‘회화, 존재를 바라보는 방식’에서는 1980년대 이후 이어온 회화 세계가 펼쳐진다. ‘청명’, ‘무제’, ‘섬에서’ 등 주요 대형 회화 11점을 비롯해 오리와 사슴, 배가 연상되는 형상들이 화면 곳곳에 나타난다. 가까이 다가서면 형상보다 물감과 붓의 흔적이 선명해지고, 다시 멀어지면 또 다른 이미지가 눈에 들어온다. 화선지와 먹으로 작업한 <바람이 분다> 연작의 한국화 신작도 이곳에서 처음 공개된다.

네 번째 ‘관계가 만들어내는 풍경’에서는 1975년 파리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무제-75031’을 비롯해 <팔진도>와 판화 작업 등 이강소의 다양한 실험미술을 살펴볼 수 있다. 다섯 번째 ‘사라진 순간의 또 다른 현재’에서는 사진과 영상으로 시선을 옮긴다. 전시의 마지막인 ‘이어지는 관계’는 작가의 작업실을 가까이 들여다보는 공간이다. 실제 사용한 대형 붓과 카메라, 작업 도구, 사진과 기록물 등이 놓이고, 천으로 감싸 작품을 보관하던 방식에서 착안한 ‘유령조각’ 20여 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천 사이로 일부 윤곽만 드러나는 조각들은 관객이 보이지 않는 형상을 상상하게 한다. 한편에는 새롭게 구성한 ‘소멸’의 공간이 마련되어 관객이 머물고 대화하며 벽에 자기 이야기를 남길 수도 있다.

롯데뮤지엄의 전시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과 연계된 프로그램 ‘미드위크 뮤지엄’ 장면 / Courtesy of LOTTE Museum of Art, Seoul

‘소멸’에 마련된 평상에서 공기놀이를 즐기는 관람객들 모 / Courtesy of LOTTE Museum of Art, Seoul

전시가 이어지는 동안 ‘소멸’ 공간에서는 또 다른 장면들이 생겨났다. 퇴근 후 미술관을 찾은 직장인들이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어 먹고, 처음 만난 관객들이 이야기하며 평상에서 공기놀이를 즐겼다. 1973년 명동화랑의 선술집에서처럼 누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 미리 정해진 것은 없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다녀간 자리에는 저마다의 시간과 기억이 남았다. 이강소는 자신의 작업을 관통하는 질문을 “예상하지 못한 것을 어떻게 만나는가”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을 오래 보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한 번의 시선으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형상, 작품 사이에 놓인 공간, 잠시 머무는 동안 달라지는 풍경까지. 전시장 끝에서 만나는 작가의 말처럼, “안 하던 짓을 하세요.” 무엇을 발견하고 그 시간을 어떻게 경험할지는 이제 관객의 몫이다.


롯데뮤지엄
LOTTE Museum of Art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타워 7층 · 에비뉴엘 6층
관람: 월요일(Mon) – 일요일(Sun), 10:30 – 19:00
(월 1회 휴관일은 홈페이지 공지사항 확인)
문의: 1544-7744


Words and photographs by Dongeun Alice Lee
Still. Courtesy of LOTTE Museum of Art
© 리아뜰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으로 깊어지고 도시로 넓어진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lt;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gt;

안으로 깊어지고 도시로 넓어진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박서보미술관, 그의 예술이 머물던 서울 연희동에 문을 열다… 개관전은 &lt;박서보와 흐엉 도딘: 비움 그 충만&gt;

박서보미술관, 그의 예술이 머물던 서울 연희동에 문을 열다… 개관전은 <박서보와 흐엉 도딘: 비움 그 충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