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위한 선물, 파리에서 열리는 ‘롱샴 아트 페스티벌’
입력: 2026.09.04(금)
수정입력: 2026.09.06(일)
추가입력: 2026.09.09(수)
파리 마레 지구, 여러 층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시장 중앙에 붉고 흰 구체들이 공중에 떠 있다.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의 ‘Mobile n°3’(2022)는 미세한 공기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고, 그 주변으로 회화와 조각, 디자인 작품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빛과 색에 따라 달라지는 작품부터 실제로 움직이는 키네틱 조각까지, 하나의 주제는 서로 다른 형태와 감각으로 이어진다. 음악과 무용, 퍼포먼스가 더해지고 관람객 역시 정해진 동선보다 자신의 호기심을 따라 작품과 작품 사이를 거닌다. 9월 3일 초청자 대상 오프닝을 시작으로, 4일부터 6일까지 3일 동안 파리 한가운데에서 펼쳐지는 ‘롱샴 아트 페스티벌Longchamp Art Festival’의 모습이다.
파리 생 메리 거리에 있는 갤러리 생 조셉에서 열린 ‘롱샴 아트 페스티벌Longchamp Art Festival’ / Courtesy of Longchamp
프랑스 럭셔리 토탈 패션 하우스 롱샴Longchamp이 생 메리 거리에 있는 갤러리 생 조셉Galerie Saint Joseph에서 여는 이번 페스티벌은 롱샴의 아티스틱 디렉터 소피 델라폰테인Sophie Delafontaine과 공연예술 큐레이터이자 아티스틱 디렉터, 프로듀서인 올리비에 바쉬에Olivier Bassuet가 함께 기획했다. 롱샴은 이 행사를 ‘도시를 위한 선물’로 표현한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장에는 잠시 머물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와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예술을 더욱 많은 사람과 나누려는 시도에는 롱샴이 오랫동안 이어온 창작에 대한 태도도 담겨 있다.
그 배경에는 ‘언제나 움직임 속에ALWAYS IN MOTION’라는 롱샴의 언어가 있다. 1948년 가죽을 입힌 파이프 제작에서 시작해 1970년대 여행 가방, 이후 메종을 상징하는 가방으로 이어진 롱샴의 역사는 소재를 다루는 장인의 손과 새로운 형태를 찾아가는 디자이너의 창조적 행위Creative gesture를 따라 움직여왔다. 동시에 지난 50여 년 동안 세르주 멘지스키Serge Mendjisky,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사라 모리스Sarah Morris 등 예술가들과 관계를 이어오며 디자인 바깥의 창작과도 만났다. 이때 ‘움직임’은 물리적인 이동에만 머물지 않는다. 손으로 소재를 다루고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가는 창작의 움직임에서 시작해, 서로 다른 창작 방식이 만나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아우른다.
예술가와의 협업 역시 작품을 발견하고 창작자를 알아가는 데서 시작됐다. 작가의 유명세보다 작품과의 만남을 중요하게 여겨왔고, 예술가의 아이디어를 롱샴의 소재와 장인 기술로 구현하는 과정은 브랜드의 제작 방식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개인 컬렉션과 제품, 부티크를 위한 커미션 작업 등으로 이어져온 예술과의 관계는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열린다. 페스티벌을 구체화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창조적 호기심Creative Curiosity’이다. 탐험하고 실험하며 다른 사람에게 배우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롱샴이 창작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약 30명의 예술가와 크리에이터는 ‘움직임Movement’을 하나의 형태로 규정하지 않는다. 신체와 형태, 빛과 소재, 색과 소리, 착시까지 서로 다른 매체와 감각을 통해 움직임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 ‘Mobile n°3’, 2022 / Courtesy of Longchamp
(사진 왼쪽) 패트릭 주앙Patrick Jouin. ‘DROP’, 2026 (사진 오른쪽) 피에르 르나르Pierre Renart. ‘Wave’, 2025
김윤수Yunsoo Kim. ‘Wave’, 2016 / 2019
엘리아스 크레스팽Elias Crespin은 키네틱 조각으로 기하학적 형태의 변화를 보여주고, 기욤 그랑도Guillaume Grando와 마야 하유크Maya Hayuk 그리고 사라 모리스Sarah Morris는 선과 형태, 원근감과 색채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펠리페 판토네Felipe Pantone는 착시를 통해 시각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디자인 영역에서는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과 패트릭 주앙Patrick Jouin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2026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롱샴과 협업했던 피에르 르나르Pierre Renart도 파도의 움직임을 나무의 곡선으로 옮긴 ‘Wave’(2025)를 선보인다. 국내 작가 김윤수Yunsoo Kim와 이수경Soo Kyoung Lee도 참여한다. 김윤수는 사람의 발자국을 수집해 투명 비닐을 한 겹씩 자르고 쌓아 조각으로 변화시키며,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Wave’(2016, 2019)를 선보인다. 발자국의 겹은 파도와 바람, 구름이 연상되는 형태로 이어지고, 그 안에 나타나는 깊은 울트라마린은 닿을 수 없는 곳과 저편의 해안을 떠올리게 한다. 이수경은 한국의 전통 문패에서 출발한 ‘Munpei’ 연작을 선보인다. 집의 입구에서 거주자를 알리던 나무 문패의 형식을 가져오되, 글자 대신 추상적인 색과 형태를 배치했다. 연속해서 놓인 작품들은 서로 호응하며 하나의 시각적 리듬을 만들고, 작품과 작품 사이를 옮겨가는 시선 속에서 또 다른 움직임이 나타난다.
작품 안에 머물던 ‘움직임’은 공연이 시작되고 관람객이 참여하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계속된다. 프리마 발레리나 마리 아녜스 지요Marie-Agnès Gillot가 참여하는 공연을 비롯해, 오프닝에서는 피아니스트 코키 나카노Koki Nakano와 가수 셀리아 카메니Célia Kameni, 무용가 마리옹 바르보Marion Barbeau가 음악과 움직임으로 전시 공간을 채웠다. DJ 세트와 가이드 투어, 워크숍, 대담 및 토크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다미앙 풀랭Damien Poulain의 워크숍도 마련됐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몸의 움직임으로, 다시 예술가와 관람객의 만남으로 이어지며 ‘움직임’은 작품을 설명하는 주제를 넘어 페스티벌을 경험하는 방식이 된다.
1948년 장인의 손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디자인과 예술, 서로 다른 창작자들의 만남을 지나 파리의 한 전시장으로 이어졌다. 누구에게나 열린 페스티벌의 시간은 단 3일이다. 롱샴이 이번 페스티벌을 ‘도시를 위한 선물’이라고 부르는 의미도 그 짧은 시간 안에서 읽을 수 있다. 브랜드가 도시를 위해 예술의 자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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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by Grace
Still. Courtesy of Longch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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