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부산 2026' 성료, 전시와 컬렉팅 문화 결합한 ‘플랫폼형 아트페어’로
입력: 2026.05.22(금)
수정입력: 2026.05.23(토)
추가입력: 2026.05.25(월)
아트 부산 2026
ART BUSAN 2026
VIP/Preview/Press
- 5월21일(목), 14:00 ~ 19:00
- 5월22일(금) - 23일(토), 11:00 ~ 19:00
- 5월24일(일), 11:00 ~ 18:00
일반
- 5월22일(금) - 23일(토), 11:00 ~ 19:00
- 5월24일(일), 11:00 ~ 18:00
장소: 부산 벡스코(BEXCO) 제1전시장
웹사이트: https://artbusan.com
‘아트부산 2026’이 열린 벡스코 제1전시장 전경 / Courtesy of ART BUSAN
올해 15주년을 맞이하는 ‘아트부산 2026’이 막을 내렸다. 5월21일 부산 벡스코(BEXCO) 제1전시장에서 VIP 사전 관람을 시작으로 나흘 동안 열린 이번 행사 첫날 현장에는 5시간 동안 국내외 문화예술기관 관계자와 컬렉터를 포함한 관람객 1천580명이 방문하였다. 1년 전보다 첫날 방문객이 약 33% 늘었고, 얼리버드 티켓 역시 한 달 만에 전년보다 37% 더 판매되었다. 24일 성황리에 마무리된 행사를 찾은 관람객은 총 6만여 명으로 작년과 비슷하다. ‘아트부산’은 지난 15년간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를 반영하는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듯이, 해외 교류를 기반으로 하는 페어의 구조와 방향을 올해 행사에서 새롭게 보여주었다. 이번부터 총괄 기획을 맡은 정선주 이사는 스페이스K 이장욱 수석 큐레이터를 예술감독으로 초청하여, 부스마다 특정 작가의 세계관에 집중하거나 미공개 신작을 다수 공개하며 기획력이 돋보이는 전시형 공간으로 행사 전반을 구성하였다. 또한 다채롭게 예술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행사장을 찾은 이들이 단순 거래를 넘어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아트페어로서 완성도를 높였다. 아트부산 측이 행사 기간에 관람객 중 50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만족도에 따르면, 응답자 82.1%가 ‘작품 수준’(49.9%)과 ‘작품 감상의 즐거움’(49.3%), ‘부스 및 공간 구성’(44.3%) 등을 만족 요인으로 꼽았다.
전시와 컬렉팅 문화를 결합한 플랫폼형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하고자 한 이번 ‘아트부산’은 그동안 선보였던 ‘갤러리즈GALLERIES’를 비롯하여 특별전 ‘커넥트CONNECT’, 신진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퓨쳐FUTURE’ 그리고 토크 프로그램 ‘컨버세이션스CONVERSATIONS’로 구성된다. 처음 생긴 섹션은 ‘부스 안 부스’ 구조로 전시 공간을 기획하는 ’라이트하우스LIGHTHAUS’와 디자인 · 순수미술이 만나는 ‘디파인DEFINE’이다.
‘아트부산 2026’에 참여한 갤러리는 국내를 포함하여 18개국 107곳이다. 이 중에 해외 갤러리는 26곳이고, ‘아트부산’에 처음 부스를 마련한 갤러리는 국내외 31곳이다. 주요 해외 갤러리로는 글래드스톤Gladstone, 갤러리 클로즈Galerie Klose, 화이트스톤 갤러리Whitestone Gallery, 탕 컨템포러리 아트Tang Contemporary Art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국제갤러리, 리안갤러리, 갤러리바톤, 가나아트, 더페이지갤러리, 지갤러리, 제이슨함, 피에스센터, 에브리데이 몬데이, 오케이앤피 등이 함께했다.
국제갤러리는 ‘아트부산 2026’에서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신작으로만 꾸린 솔로 부스를 선보였으며, VIP 프리뷰 당일 작품 5점을 판매했다.
널찍한 화이트 큐브 안으로 들어서자, ‘걷는 사람’이 띄엄띄엄 놓여 있다. 둘로 나뉜 듯한 공간의 한쪽은 마치 도심 속에서 사람들이 바쁘게 거리를 지나다니는 듯하다. 다른 쪽은 아이들이 오가는 운동장처럼 밝고 느슨한 리듬이 흐른다. 관람객들은 그들 사이를 이리저리 걸으며 설치 작업과 벽면에 걸린 평면 작품들을 감상한다. 이는 국제갤러리가 그려낸 부스의 풍경이다. 국제갤러리는 이번 ‘아트부산 2026’에서 영국 현대미술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신작 30여 점으로 솔로 부스를 꾸렸다. 거리에 세워둔 간판이 떠오르는 조각 ‘Coat.’(2026)과 함께, 작가가 2025년부터 런던에 있는 한 초등학교와 협업하여 선보이는 〈Children Walking〉 시리즈가 부스 안에서 색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신작 ‘sechsteraprilzweitausendundsechsundzwanzig’(사진 왼쪽)과 근작 회화 두 점이 글래드스톤 부스에서 눈길을 끈다.
‘아트부산 2026’ 글래드스톤 부스. 사진 왼쪽은 알렉스 카츠의 ‘Red Dogwood 1’(2020) 작품이고, 오른쪽은 캐스퍼 보스만스Kasper Bosmans의 ‘Mangiafagioli’(2026) 작품이다. 알렉스 카츠의 회화는 판매됐다.
글래드스톤 부스에서는 대형 추상 회화 두 점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미생물이나 소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이미지화한 아니카 이Anicka Yi의 추상 작품을 지나 부스 안으로 들어서면, 무지개로부터 영감받아 화사한 색상의 동심원을 에어브러쉬로 그린 우고 론디노네의 회화 3점이 눈에 띈다. 바라보고 있으면 천천히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을 만드는 세 작품 중 벽면 왼쪽 작품이 이번에 처음 공개된 신작이다. 그 옆에는 알렉스 카츠의 꽃 그림 ‘Red Dogwood 1’(2020)과 최근 서울점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개최한 캐스퍼 보스만스Kasper Bosmans의 신작도 걸려 있다. 이외에도 살보Salvo와 데이비드 살레David Salle, 아침 김조은Joeun Kim Aatchim 등 전속 작가들의 작품이 부스 안에 함께 배치됐다.
아트 디렉터 정구호의 솔로 부스를 선보인 더페이지갤러리 부스(사진 왼쪽)
줄리안 오피의 작업으로 꾸린 국제갤러리처럼, 국내 작가의 작업으로 세계관을 선명하게 드러낸 부스도 있다. 투명한 구조물 안에 금속 장식이 떠 있는 듯한 작업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다. 빛을 머금은 아크릴 사이로 전통 문양이 겹쳐 보이며, 부스 안에는 고요하고 정제된 분위기가 흐른다. 더페이지갤러리 부스에서는 아트 디렉터 정구호의 ‘백동(白銅)’ 시리즈를 선보였다. 투명 아크릴 구조 안에 금속 공예 요소를 결합한 작업은 전통 공예의 조형미를 현대적인 설치 감각으로 확장한다.
무나씨의 대형 회화가 펼쳐진 에브리데이 몬데이의 부스 전경
제이콥 아서 갤러리가 선보인 댄 라이프Dan Life의 솔로 부스 전경
이외에도 에브리데이 몬데이는 무나씨의 200호 대작과 8m 길이의 병풍 작업 등을 ‘CONNECT’와 솔로 부스 섹션에서 공개하여 개막과 동시에 관람객의 시선을 모았으며, 작품 판매로도 이어졌다. 올해 처음 참여한 해외 갤러리 제이콥 아서 갤러리는 댄 라이프Dan Life의 솔로 부스 <Life at Bergdorf>를 마련했다. ‘도쿄 겐다이’에서 모든 작품이 판매되며 화제가 된 댄 라이프는 리테일 공간과 소비 문화를 재해석하여 오브제 설치 작업으로 구성한 전시를 선보였다. 이번 페어에서 댄 라이프의 작품 12점이 컬렉터들의 선택을 받았다. 또한 행사 동안 그 외 갤러리에서 다수의 작품이 부산 지역 컬렉터들의 컬렉팅 반응을 얻으며, 지역 미술시장의 활기를 보여주었다.
최근 차별화된 기획력으로 주목받는 갤러리들이 참여한 ‘퓨처FUTURE’ 섹션에는 설립 5년 이하 갤러리 24곳이 함께했다. 아와세 갤러리AWASE Gallery를 비롯해 비스킷 갤러리Biscuit Gallery, 캡션서울, 히피한남 등은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공간)’ 기반의 실험적 전시를 선보였다.
히피한남 부스에서 소개한 류지민 작가 작품들
특히 비스킷 갤러리와 캡션서울, 히피한남이 소개한 작가들은 ‘아트부산’의 리드 파트너 하나금융그룹이 후원하는 ‘제2회 하나퓨처아트어워드Hana Future Art Award’에서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현장 심사를 거쳤고, 지난 5월 21일 히피한남에서 회화 작품을 소개한 작가 류지민이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류지민은 자신이 기억하는 풍경을 생성형 AI를 통해 가상 이미지로 구현한 뒤, 이를 한지 위에 수성안료 · 아크릴 · 색연필로 옮겨 과거와 현재가 중첩된 장면을 그려낸다.
‘아트부산’의 대표적 특별전 ‘커넥트’ 중 고원석 큐레이터가 기획한 그룹전<네크로 어바니즘: 시간의 지층> 전경
‘아트부산 2026’의 ‘커넥트Connect’ 섹션에서 아트 스페이스 3 갤러리가 마련한 나점수 전시 부스에서 관람객이 감상하는 모습 / Courtesy of ART BUSAN
기존 아트페어가 드러내는 한계를 벗어나 대형 조각부터 인터랙티브 아트와 설치미술 등 역동적이고 깊이 있는 현대미술 작품을 공개하는 ‘CONNECT’는 ‘아트부산’의 대표 특별전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획을 맡은 고원석 큐레이터는 부산의 도시 형성과 역사적 경험을 동시대 미술 언어로 재해석하는 그룹전 <네크로 어바니즘: 시간의 지층>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서용선 · 김은주 · 무나씨 · 박인성 · 나점수가 솔로 부스를 선보였는데, 특히 종이에 연필로 밀도 높은 작업을 이어온 김은주의 21m 대형 회화 신작을 공개했다. 조각가 나점수는 바람을 생각하게 하는 작업 '향(向)'을 설치하여, 관람객들이 감각으로 바람을 일으키길 조용히 기다리는 듯했다. 현장을 찾은 류지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자료과장은 ‘김은주, 서용선 등 중견 작가들의 역량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OKNP×츠타야 북스는 ‘아트부산 2026’의 ‘LIGHTHAUS’ 섹션에서 특별 부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올해 아트부산이 새롭게 선보인 ’LIGHTHAUS’와 ‘DEFINE’은 전시에 더 집중한 섹션이다. 우선 ’LIGHTHAUS’는 기존에 단순 거래 공간으로 여겨지던 부스를 하나의 전시 단위처럼 구성하고, ‘부스-인-부스’ 구조로 공간을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참여 갤러리는 OKNP×츠타야 북스, PS CENTER, 화이트스톤 갤러리, 우손갤러리 등이다.
오케이앤피OKNP는 일본 긴자 츠타야 서점(銀座 蔦屋書店)과 함께 특별 부스를 꾸렸다. 벽면을 가득 채운 선반에는 마치 미술 서적처럼 판화 작품들이 배열되어 있고, 관람객은 이 공간에서 평면과 입체 작업뿐 아니라 책과 인쇄물, 이동형 가방에 담긴 오브제까지 폭넓게 마주하게 된다. 전시와 유통, 수집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서가형 부스’라는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다.
서점의 구조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서면 회화와 드로잉 작업이 이어지고, 2013년 개인 자격으로 세계 최초 인공위성을 발사한 송호준의 프로젝트 OSSI(Open Source Satellite Initiative) 관련 소형 입체 작업도 만날 수 있다. 아트페어 부스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OKNP는 “벽에 거는 전시가 아니라 배열하고 편집하는 방식으로 아트페어 부스의 가능성을 확장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PS CENTER는 부스 옆에 또 다른 부스를 설계해、 차를 마시며 작품을 감상하고 대화를 나누는 예약제 공간을 운영했다.
‘아트부산 2026’의 ‘DEFINE’ 섹션에 참여한 KARIMOKU(가리모쿠) 부스를 한 관람객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 Courtesy of ART BUSAN
‘DEFINE’은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재구성하는 섹션으로, ‘2028 부산 세계디자인수도(WDC)’ 선정을 기념해 구성했다. 동시대 시각문화의 범주를 확장하려는 시도로, 디자인을 미술과 동등한 감각의 영역으로 다루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구마 겐고 프로젝트를 포함해 가리모쿠, 프리츠 한센, 갤러리 필리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등 국제 브랜드와 기관이 참여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은은한 향이 나는 공간에서 다양한 공예의 결을 느긋하게 향유하며, 이를 자신의 일상으로 옮겨가는 경험을 선보였다. 1940년 일본에서 설립된 목재 회사 가리모쿠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기반 디자인 스튜디오 WAKA WAKA와 함께 제작한 가구를 부스에 배치했다. 단순한 형태와 섬세한 디테일 그리고 비례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이 담긴 가구에 폴리우레탄 계열 코팅제를 입혀 마감하여, 일본 특유의 절제된 아름다운 풍경이 부스 안에 펼쳐졌다.
이외에도 개막 전부터 신청이 마감된 토크 프로그램 ‘컨버세이션스’를 비롯해 작가 스튜디오 방문, 부산 지역 컬렉터의 컬렉션 투어, 외부 전시 연계 프로그램 등이 함께 진행됐다. 올해 ‘아트부산’은 이렇듯 아트페어를 넘어 전시와 도시 경험, 컬렉팅 문화가 교차하는 하나의 예술적 풍경으로 펼쳐졌다.
Words and photographs by Koeun Lee
Still. Courtesy of ART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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