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9272 2.JPG

Hi.

리아뜰 매거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함께, ‘예술여행’ 해요!

Welcome to our magazine.
We document culture & art in travel. Hope you have a nice stay!

BHAK 갤러리, 개관 30주년 기념 첫 전시로 윤형근 <흙갈피> 선보여

BHAK 갤러리, 개관 30주년 기념 첫 전시로 윤형근 <흙갈피> 선보여

30년 세월이 흘렀다. 푸른 하늘에서 검은 땅으로 내려그은 흑색 기둥이 무려 3.6m에 달하는 마포천과 하나가 된 듯 오랜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다시 벽에 걸렸다. 그 앞에는 나무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어 관람자들이 자연스럽게 앉아 그림에 시선을 둔다. ‘인간적인 척도가 곧 예술의 척도가 된다’는 철학으로 선비처럼 내면을 끊임없이 성찰하여 고결한 미학을 선보인 한국 현대미술 대가 고(故) 윤형근(1928-2007). 그가 1994년에 선보인 작품 ‘Burnt Umber 94-66’이 30년 만에 다시 전시장에 걸려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는 내 보잘것없는 그림들이지만 그 그림들을 흙벽에 걸고 싶다.
그 흙벽에 잘 어울리는 그 무엇을 그려보고 싶다.
이 세상이 아무리 세월이 가도 영원히 아름다운 것은 흙과 나무와 돌이리라.
- 1990년에 윤형근


1993년 3월 박영덕 前 대표가 청담동에 ‘박영덕화랑’을 열었을 당시에는 드나드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운영이 쉽지 않았지만 차 한잔을 하며 작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만하던 때”라고 회고하였다. 그가 감격스럽고 기쁘며 희망이 넘칠 듯이 가득한 마음으로 마주한 작품이 바로 이번 30주년 기념 첫 전시 <흙갈피Umbermark>에서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는 대형 작품 ‘Burnt Umber (1994)’이다(맨 위 사진). 아버지가 품은 뜻을 온전히 이어받아 BHAK를 운영하는 박종혁 대표 역시 그 마음을 되새기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30년 만에 작품을 재조명한다고 전하였다.

윤형근 개인전 <흙갈피Umbermark>가 열리고 있는 BHAK 전시장 B1 전경

이번 윤형근 개인전에서는 윤 화백이 197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 작품에 담아낸 사상과 철학 그리고 예술 정신의 흐름과 방향을 읽어나가며 땅에 발을 딛고서 비극을 아름다움으로 승화한 예술세계를 만나게 된다. 마포천에 다색Umber과 청색Ultramarine-Blue을 머금은 붓이 푸른 하늘에서 검은 땅으로 지나간 흔적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바르고 곧은 화풍이다. 특히 윤 화백이 모질고 거센 세상을 이겨 내고 굳건하게 선 땅은 예기치 못한 죽음에 이른 지금을 지나 모든 만물이 회귀하는 미래에 겪을 죽음을 거쳐 마지막으로 자연의 섭리를 따르며 하나가 된 그 자신을 표현한다. 혼란한 근현대 시기를 살아가며 겪은 고통과 속앓이로 인한 여러 감정을 마치 시대 흐름을 기록한 책 한 면에 표시하듯이 소박하고 간결하게 그려낸 그림에서 책갈피가 떠오르는 듯하다. 땅의 겉을 덮고 있는 ‘흙’과 책의 낱장 사이에 끼우는 물건인 책갈피의 ‘갈피’를 조합하여 지은 이번 전시 제목 <흙갈피>는 윤 화백의 예술적 삶을 떠올리게 하며 BHAK가 걸어온 길이자 나아갈 길을 동시에 의미한다.

화랑을 운영하다 보면 예술이 상업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소중한 가치가 흐려질 때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고민하곤 한다는 박종혁 대표는 BHAK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포부를 밝혔다. 아무도 오지 않는 전시장에서 작품만 봐도 가슴이 벅차오른 그의 부친처럼 삶에서 비롯된 흔적을 비추는 작품 그 자체가 주는 경험을 관람자들과 다양하게 공유하면서 일상 공간에서도 향유하며 예술 가치를 높이는 화랑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묵직한 흙과 나무 향이 코끝에 스며드는 공간에서 윤형근 화백이 마포천에 간직한 영원한 아름다움과 마주 앉아 소리 없이 마음을 주고받는 시간은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전시는 4월8일까지.

BHAK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40길 19, 1F & B1
Hours Tuesday–Saturday, 10:00 AM–6:00 PM
(화요일-토요일 10:00 - 18:00 (일, 월, 공휴일 휴관))


Words by Grace
Additional photographs by Koeun Lee
© 리아뜰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내 최초 아트페어 '화랑미술제',  4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

국내 최초 아트페어 '화랑미술제', 4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

페이스와 PKM 갤러리 부스에 유영국 대표작 동시에 걸리는 '아트 바젤 홍콩 2023', 3월21일부터

페이스와 PKM 갤러리 부스에 유영국 대표작 동시에 걸리는 '아트 바젤 홍콩 2023', 3월21일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