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30 – 10. 2

황홀망(恍惚網)

양혜규

국제갤러리 서울 | 한옥 뷰잉룸

지난해 여름 최초로 공개한 양혜규의 〈황홀망(恍惚網)〉 연작을 국제갤러리가 서울점에 새로 개관한 한옥 뷰잉룸에서 다시 선보인다. 주로 물리적인 공간을 다뤄 왔던 양혜규 작가는 2년 전부터 정신이 물질과 합을 이루는 관계를 상징하는 종이 무구 전통에 관심을 기울였다. 바로 설위설경設位設經이다. ‘까수기’라고도 불리는 설위설경은 종이를 접어 오린 후 다시 펼쳐서 만드는 무구巫具, 혹은 종이 무구를 만드는 무속 전통을 지칭한다. 작가는 평평한 종이가 삶을 서사하고 정신을 담는 물질이라고 여겼다. 종이 표면을 뚫어 숨을 쉬게 하거나, 접힌 겹으로 한지가 지닌 고유한 (반)투명성을 살렸다. 그리고 정신적인 의례와 전통 공예에 기인한 문양이나 형상을 칼로 떠냈다. 그 과정에서 겹과 층을 서로 맺으며 직조하여 마치 물질과 정신이 엮인듯한 형태를 만들었고,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문양을 배치하거나 망자의 혼을 서사로 풀어낸 황홀망 연작이 완성되었다. 혼과 삶을 녹여낸 황홀망이 둘러싼 전시 공간에 들어선 관람자는 작가가 사유하는 정신세계에 스며들게 될 듯하다.

국제갤러리 한옥 뷰잉룸에 전시된 <황홀망恍惚網> 작품들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양혜규는 최근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동시대 시각 문화 박물관 M+가 ‘소리 나는 구명 동아줄, (2021-2022)’ 작품 소장을 결정하였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그리고 9월30일에 개막하는 2022 오카야마 아트 서밋 <Do we dream under the same sky>와 오는 10월16일에 열리는 2022 싱가포르 비엔날레 <Natasha>에 참여하여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9월에 개최하는 벨기에 안트베르펜 현대미술관 그룹전 《Museum in Motion》에 ‘VIP 학생회’를 출품하고, 모노크롬 개념을 고찰하는 미국 시카고 스마트 미술관 그룹전 <Monochrome Multitudes>에 ‘솔 르윗 뒤집기’ 신작을 선보인다. 2023년에는 개인전을 두 차례 연다. 장소는 브라질 상파울루 피나코테카Pinacoteca de São Paulo와 벨기에 겐트 S.M.A.K.이다. 2024년에는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선보인다.

국제갤러리 Kukje Gallery
Seoul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4, 48-10 /Tel. +82 2 735 8449
Hours Monday–Saturday, 10 AM–6 PM / Sunday & National holidays, 10 AM–5 PM

국제갤러리는 1982년에 개관하여 국내를 대표하는 화랑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헬렌 프랑켄텔러, 샘 프란시스, 짐다인, 프랭크 스텔라, 안젤름 키퍼, 요셉 보이스와 같은 해외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였다. 특히 2003년에 세계적인 작가 빌 비올라와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을 개최하여 언론과 관람객들로부터 큰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갤러리는 일찍이 한국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기 위하여 1988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 바젤에 참여하였다. 갤러리가 소개한 한국 작가들은 세계 컬렉터와 미술계에서 주목 받게 되었다. 그 이후로 베니스 비엔날레, 리옹 비엔날레와 같은 세계적인 비엔날레에 참여하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