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9272 2.JPG

Hi.

리아뜰 매거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예술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발견해보세요 :)

Welcome to LeeAtel Magazine.
Meet art.
Discover something new! :)

하종현 북미 첫 대규모 회고전, 샌프란시스코서 개막… 전시 후원한 SK·포도뮤지엄, 서울 선혜원에서도 예술의 자리 넓혀

하종현 북미 첫 대규모 회고전, 샌프란시스코서 개막… 전시 후원한 SK·포도뮤지엄, 서울 선혜원에서도 예술의 자리 넓혀

입력: 2026.09.27(일)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하종현의 60여 년 작업 세계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펼쳐진다. 지난 9월 25일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Asian Art Museum에서 개막한 <하종현: 회고전Ha Chong-Hyun: Retrospective>이다. 북미에서 처음 선보이는 하종현의 대규모 미술관 전시로, 1960년대 초기작부터 2026년 신작까지 회화 50점 이상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SK와 포도뮤지엄은 이번 전시의 리드 파트너로 후원에 참여한다.

작업 중인 하종현 작가. photo by 김상태 / Courtesy of Museum PODO

1935년 태어난 하종현은 한국전쟁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앵포르멜과 기하추상, 실험미술, 단색화에 이르는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가로지르며 작업해왔다. 1969년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의 창립 핵심 구성원으로 활동한 그는 신문지와 철조망 등 비전통적 재료를 활용하여 기존 회화의 형식을 벗어나는 실험을 이어갔다. 1974년부터는 산업용 마대를 화면으로 가져왔다. 전후 쌀과 곡식을 운반하는 데 사용되던 마대의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 화면 앞으로 배어 나오게 하는 ‘배압법(背押法, back-pressure method)’을 작업의 주요 방식으로 삼아 대표 연작 〈접합Conjunction〉으로 자기만의 회화 언어를 구축했다. 물감과 마대가 밀고 버티는 힘, 반복되는 행위와 신체의 움직임은 화면에 그대로 흔적을 남긴다.

이번 전시는 ‘단색화의 거장’이라는 익숙한 수식어 너머로 하종현의 작업이 변화해온 흐름을 살펴본다. 1960년대 초기 작업과 1970년대 전위적 실험, 〈접합〉 연작과 최근작을 한자리에서 연결하며 하종현이 회화의 경계를 넓혀온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의 초빙 큐레이터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은 그의 작업을 전후 한국 사회의 변화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 놓고, 전후 추상미술이라는 더 넓은 맥락에서 읽어냈다. 하종현은 이번 전시의 의미를 ‘회고’보다 ‘현재’에서 찾는다. 아흔이 넘은 지금도 작업을 이어가는 그는 “과거의 유산이 아닌 지금도 작업실에서 땀 흘리며 그려나가는 나의 현재진행형 흔적을 보여줄 수 있어 뜻깊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종현Ha Chong-Hyun. ‘Post-Conjunction 26-503’, 2026. photo by 안천호 /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하종현Ha Chong-Hyun. ‘Conjunction 26-14’, 2026. photo by 안천호 /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전시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과 한국미술의 인연도 깊다. 미술관은 1989년 미국 미술관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미술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전담 큐레이터를 임명했다. 고려청자와 삼국 · 통일신라 시대 토기, 조선 시대 나전칠기와 회화, 보자기 등 한국 미술품 800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수집과 연구, 전시와 교육을 이어왔다. 한국미술을 소개해온 역사도 길다. 1979년에는 <5000 Years of Korean Art> 순회전을 공동 기획했고, 2003년에는 고려 미술을 집중적으로 다룬 <Goryeo Dynasty: Korea’s Age of Enlightenment, 918 to 1392>를 선보였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에서 열리는 하종현 회고전 전경. photo by Kevin Candland © Asian Art Museum of San Francisco /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올해 이곳에서 하종현의 회고전이 열리는 데에는 또 다른 시간이 겹친다. 2026년은 서울과 샌프란시스코가 1976년 자매도시 관계를 맺은 지 50년이 되는 해다. 하종현 역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서울의 미술 현장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작가의 북미 첫 대규모 회고전이 두 도시의 교류 50주년과 나란히 놓인다.


하종현: 회고전
Ha Chong-Hyun: Retrospective

북미에서 처음 열리는 하종현의 대규모 미술관 전시
1960년대 초기작부터 2026년 신작까지, 60여 년 작업의 변화를 따라간다

전시기간: 2026. 9. 25 – 2027. 1. 25
전시장소: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Asian Art Museum


이번 전시를 후원하는 SK·포도뮤지엄은 올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Women & the Critical Eye’ 프로그램에 협력한 데 이어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한국미술을 국제적으로 소개하고 연구해온 미술관의 역할과 하종현의 60여 년 작업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이번 전시의 취지에 공감해 후원에 참여했다. 해외에서는 미술기관과 협력해 한국미술을 알리는 기회를 넓히고, 국내에서는 오래된 공간을 동시대 미술을 위한 자리로 열어가고 있다.

서울 삼청동 선혜원에서는 10월 31일까지 선혜원 아트프로젝트 2.0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가 열린다. SK그룹의 역사와 기억을 품은 선혜원에 현대미술을 들이는 연례 프로젝트로, 포도뮤지엄이 전시를 기획했다. 지난해 김수자의 장소 특정적 설치작업을 선보인 <호흡―선혜원>에 이어 올해는 모나 하툼Mona Hatoum, 최성임, 김윤수 세 작가가 참여한다. 개관 이후 처음으로 하린당과 경흥각 2층까지 공개하며 전시 공간을 선혜원 전체로 넓혔다.

선혜원에 전시된 모나 하툼의 작품 ‘Web’(2025) / Courtesy of Museum PODO

세 작가는 서로 다른 배경과 조형 언어를 지녔지만,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거나 버려지는 재료를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블, 빵끈, 비닐과 종이 골판지 같은 익숙한 재료가 ‘잇고 감고 자르고 쌓는’ 손의 움직임을 거치며 새로운 밀도와 존재감을 얻는다. 전시 제목의 ‘흔들림’ 역시 연약함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형태와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 작가의 작업은 오랜 일상과 기억이 쌓인 선혜원의 공간과 만난다.

관람은 경흥각에서 시작한다. 서까래 아래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블에 수제 투명 유리구를 매단 모나 하툼의 대형 설치작품 ‘Web’(2025)이 거대한 거미줄처럼 공간을 가로지르며, 보호와 생존, 안식과 포획이라는 서로 다른 성질을 함께 품는다. 관람객은 작품 아래를 지나 경흥각을 거닌 뒤 2층에서 같은 작품을 다시 내려다보며 선혜원의 건축과 작품이 맺는 관계를 서로 다른 시점에서 경험한다. 이어 로비에는 버려지는 금색 빵끈을 연결한 최성임의 신작 ‘황금이불’(2026)이 펼쳐지고, 지하 1층 삼청원과 2층 하린당에는 김윤수의 ‘바람의 표면’(2011–2018), ‘바람(투명한 사유에 관한 조각)’(2001) 등이 이어진다.

작품을 따라 선혜원의 전각과 층을 오가다 보면 공간에 축적된 시간도 전시 일부로 들어온다. 2025년 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연 선혜원에서는 오래된 공간과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이 서로 다른 시간을 겹쳐놓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60여 년의 작업을 펼쳐 보이는 하종현 역시 자신의 회고전을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재진행형 흔적’이라고 말했다. 오래 이어온 작업과 익숙한 재료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작품은 그렇게 서로 다른 장소에서 현재의 시간을 만들어간다.

Words by Grace
Still. Courtesy of Kukje Gallery
Still. Courtesy of Museum PODO
© 리아뜰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시립미술관 본·분관 7곳에서 만나는 근현대 작가 8인의 세계, 추석 연휴에는 서울 곳곳으로 미술관을 찾아가볼까

서울시립미술관 본·분관 7곳에서 만나는 근현대 작가 8인의 세계, 추석 연휴에는 서울 곳곳으로 미술관을 찾아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