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편집: 2024년05월16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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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옥, 뿌리 없이 생동하는 삶을 그려내다 | 리만머핀 서울

서세옥, 뿌리 없이 생동하는 삶을 그려내다 | 리만머핀 서울

저 해와 달은 뿌리가 없다. 그러나 항상 규칙적인 듯한 길을 맴돈다.
인간도 이를 닮았던가. 어머니와의 탯줄을 자르면서 뿌리 없이 외톨로 동서남북을 떠돈다.
그러면서 처자권속(妻子眷屬)을 부양(扶養)하고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치르다 보면
검은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저 언덕 위의 흙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인생의 상궤(常軌)다. 이러한 인생의 상궤를 뒤집어 놓고 보면
‘삶’이란 누구를 위해 슬퍼하고 기뻐할 것이며 또 누구에게
꺼벅 기울어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길목이 되기도 한다.
화가의 붓끝은 이 뿌리 없는 우리의 서글픔을 놓쳐서도 안 된다.

― 서세옥

2021. 8. 5 - 9. 18

서세옥 개인전 <사람/들>

리만머핀Lehmann Maupin Seoul

리만머핀 서울에서는 한국 수묵 추상의 대가인 고(故) 서세옥(1929-2020)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1996년 뉴욕 맨하튼에 설립된 갤러리는 새로운 지역에서 다양한 국가 출신 작가들을 처음 소개하는 전시를 적극적으로 열어왔다. 서세옥 역시 2018년에 리만머핀 뉴욕에서 개인전을 가져 갤러리와 연을 맺었다. 그리고 지난 11월에 향년 91세로 타계한 산정(山丁) 서세옥을 기억하며 두 번째로 개인전이 마련되었다. 리만머핀 서울에서는 첫 전시이다. 이번 <사람/들>에서는 그가 오랫동안 주제로 삼았던 인간 군상을 작업한 대표작 7점을 소개한다. 시간을 들여 인간 혹은 대상이 지닌 본질을 명상한 그는 고도로 정제된 점과 선으로 표현하였다. 붓으로 단숨에 그려내는 일필휘지와 먹이 고아한 조화를 이루는 <사람들> 연작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생동하는 희로애락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서세옥SUH SE OK. Person, 2000s, Ink on mulberry paper, 44.49 x 54.33 inches (paper) © The Estate of Suh Se Ok /Courtesy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서세옥SUH SE OK. Person, 2000s, Ink on mulberry paper, 44.49 x 54.33 inches (paper)
© The Estate of Suh Se Ok /Courtesy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서세옥은 본래 한학자였던 부친에게서 영향받아 서예와 시에 능하였다. 문학에 뜻을 두었으나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에 제 1회 생으로 입학하였다. 그는 재학생 시절에 제1회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동양화 부문 최고상인 국무총리상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해방 후 1세대 작가였던 서세옥은 그 당시 미술계에서 일제 청산과 서구 미술사조가 맞물려 일어나던 시류에도 독자적으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는 서예와 시에서 유래한 ‘문인화(文人畵)’ 요소들을 재해석하여 추상화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하였다. 동양화 기법을 현대화하기 위하여 수묵 담채를 해체하거나 앵포르멜의 방법론을 다양하게 결합하였다. 다시 말해 기하학 형태에 의존하기보다 정서와 자기 관점을 담아 짙은 호소력을 표현한 ‘수묵 추상’을 시도하였다.

서세옥SUH SE OK. People, 1995, Ink on Korean mulberry paper, 101.57 x 63.78 inches © The Estate of Suh Se Ok /Courtesy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서세옥SUH SE OK. People, 1995, Ink on Korean mulberry paper, 101.57 x 63.78 inches
© The Estate of Suh Se Ok /Courtesy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서세옥SUH SE OK. Dancing Two People, 2000s, Ink on mulberry paper, 13.39 x 22.44 inches (paper) © The Estate of Suh Se Ok /Courtesy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and London

서세옥SUH SE OK. Dancing Two People, 2000s, Ink on mulberry paper, 13.39 x 22.44 inches (paper)
© The Estate of Suh Se Ok /Courtesy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and London

오랜 세월에 걸쳐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었다. 1957년이 기점이었다. 서세옥은 구체적인 형상 대신 점과 선을 변주하며 붓이 머금은 먹의 농담과 두께, 붓이 움직이는 흔적들을 실험하였다. 이후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인간’ 주제에 천착하여 더욱 정제된 점획과 번짐, 여백으로 구성된 <사람들> 연작을 구현하였다. 그가 정립한 인간 형상은 원형에 가깝게 추상화한 기호이다. 짙은 먹이 번지면서 스치듯 머무르고 끊어질 듯 이어진다. 그 안에 관계와 움직임,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이 담긴다. 작가는 “점이 이어진 선들이 거대한 원을 이루고, 이 원은 출발점도 종착점도 없이 순환한다.”라고 말했다. 작은 형상 하나가 무한하게 확장된다. 이는 자연과 동일시한 우주에서 극히 일부가 인간임을 떠올리게 한다. 서세옥이 70여 년 동안 그려온 인간 군상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문화를 폭넓게 아우른다. 작업실에서 붓을 든 채 바닥에 놓인 작품을 내려다보며 그가 가졌을 사유와 감정을, 그 작품과 마주하는 우리도 고스란히 느끼고 읽어내게 될 듯하다.


Suh Se Ok in his studio, 2018, Photo by Joo Yeon Lee / Courtesy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Suh Se Ok in his studio, 2018, Photo by Joo Yeon Lee / Courtesy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산정 서세옥(1929-2020, 대구 출생)은 1950년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였다. 갤러리현대(2016), 국립현대미술관(2015), 미국 휴스턴미술관(2008), 일본 메종 에르메스(2007), 한국 대전시립미술관(2007), 의재 미술관(2003) 외 주요 기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미국 LACMA에서 Beyond Line: The Art of Korean Writing(2019), 서울대학교 미술관 Another History of Korean Contemporary Art(2016), College of Fine Arts Archives: Oriental Painting(2015), 삼성 리움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Beyond and Between(2014),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에서 Then and Now: Celebrating 60th Anniversary of The National Academy of Arts of The Republic of Korea(2014), 경기도미술관 Closer to Contemporary Art II - Abstract Art Is Real(2013), 부산비엔날레 Busan Biennale 2008: ART IS ALIVE(2008), 브라질 제7회 상파울루비엔날레(1963)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서세옥은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2021년 금관문화훈장, 2012년 은관문화훈장에 추서되었다. 2007년 대한민국예술원상, 1999년 제13회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예술문화상 대상, 1994년 일민예술상, 1988년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미술학 명예박사,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영국 박물관, 일본 후쿠오카미술관, 한국 호암미술관, 프랑스 문화부, 미국 휴스턴미술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미국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 캐나다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한국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학교 박물관, 아트선재센터, 미국 USC 퍼시픽 아시아 박물관, 한국 원광대학교 박물관, 연세대학교 박물관 등 유수한 공공기관과 개인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Words by Koeun Lee
Still. © the Estate of Suh Se Ok. Courtesy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and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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