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편집: 2024년05월16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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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도 역사이자 문화인 도시 | 런던 01

대중교통도 역사이자 문화인 도시 | 런던 01

첫 번째 이야기 - 런던 지하철
 

베이징올림픽 폐막식에서 다음 개최지 런던을 소개할 때 등장한 빨간색 2층버스, 걸 그룹 스파이스 걸스가 런던올림픽 폐막식에 타고 나온 런던 택시(London Black Cap). 이처럼 런던의 대중교통은 세계적인 이벤트에 런던의 아이콘으로 곧잘 등장한다.
세계 최초로 개통된 이후 155년이 지난 런던 지하철(Tube) 또한 런던의 대중교통과 문화를 상징한다. 튜브라는 이름은 지하 터널이 둥근 튜브 모양인 데서 유래했는데 처음 공사 때부터 지금껏 쓰이고 있다. 그런데 세계적 관광 도시의 문화 아이콘이라는 곳이 비좁고 낡은 데다 시끄럽다면? 게다가 에어컨도 히터도 없고, 휴대전화마저 사용할 수 없다면? 관광객으로서는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끔찍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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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과 오늘이 이어지는 매력
 그러나 다른 관점도 존재한다. 그리고 거기에 런던 튜브의 매력이 있다. 예컨대 낡은 것과 더러운 것은 다르다. 낡음이란 예가 오늘에 이어졌다는 뜻이다. 런던의 지하철 역사는 낡았지만, 한 세기 반 전의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 숨쉬는 건물들이다. 옛것 그대로인 지하철 역사에서 우리는 150년 전 사람들이 드나든 문으로 들어가 그들이 걸었던 통로를 따라 걷는다. 내가 걷는 길의 히스토리는 과거완료형이 아니고 현재진행형이다.
 오늘도 통로 끝 플랫폼에서 하루 이용객이 57만명에 달하는 노던 라인(Northern Line)을 탄다. 여기서도 현재진행형 히스토리는 계속된다. 런던 지하철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은 구역이 많다. 거의 모든 역마다 틈을 조심하라는 안내 방송이 울린다. 사실은 우리나라 전철도 마찬가지인데 저들은 우리와 달랐다. ‘mind the gap’(틈을 조심하세요)이라는 글이 쓰인 기념품을 어디에서나 살 수 있다. 150년을 계속해 왔다면 이런 것까지 관광(문화)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 역사는 저들의 자부심이자 고상한 밥벌이 수단이다.
 출퇴근 시간대의 비좁은 객차. 환기가 안 된다. 150년 전과 다를 바 없다. 그 안에서 나의 호불호와 상관없이 내 콧속이 갖가지 향수와 화장품 냄새로 뒤범벅된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그 옛날로 돌아갔다고 상상하는 것 말고 달리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아마도 백화점에서 테스트 상품을 이것저것 써보면서 즐기듯 오래된 향수 냄새를 찾으며 그 상황을 즐기게 될지도 모른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도시에서 휴대폰 기능이 멈춰버리는 블랙홀에 대한 불만도 마찬가지이다. 좁은 터널 속을 열차가 질주할 때 나는 엄청난 소음 속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통화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휴대전화가 불통인 것에 오히려 안도하면서 잠시나마 독서와 사색의 공간으로 삼고자 하는 런던 시민이 아직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오늘날 런던 지하철은 11개 라인에 400km이며, 역사 370개를 연인원 10억이 이용한다. 핑크색으로 표시되는 해머스미스&시티 라인은 초기에 땅을 파고 그 위에 흙을 덮어 건설한 지하 노선이다. 그것이 155년에 걸쳐 다양한 라인으로 연장되어 튜브가 완성되었다. 지금은 전체 노선 중 상당 부분이 지상 노선이다. 초창기에 만든 지하 노선은, 역 안에서 사람이 지나다니는 통로 밑으로 지나가는 열차가 보일 정도로 얕게 건설되었다. 런던 거리에서도 열차가 지나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진동이 감지된다. 그래서 1879년 회색으로 표시된 쥬빌리 라인부터 안전을 위해 아주 깊게 건설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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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것까지 역사와 문화로 수렴
런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기까지 튜브는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 왔다. 크게는 건물에서부터 작게는 지하철 노선도와 교통카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역사적 배경과 디자인이 고려된 결과물이다. 긴 세월에 걸쳐 세워진 지하철 역사들을 통해 지난 155년 간의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다. 승강장의 벽장식들도 그 지역의 역사나 풍습을 담고 있다. 뒷날 도시계획에 따라 폐쇄된 역(Ghost Station)마저 런던 교통 박물관의 투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
존슨 서체로 쓰인 지하철 표지는 런던 지하철이 생긴 이래 일관된 디자인을 유지해 왔고, 로고 원형만 여섯 차례 부분 수정되었다. 그것이 런던 지하철 디자인 브랜드화를 이끌어 왔다. 해리 벡(Harry Beck)이 1933년에 디자인한 지하철 노선도(Tube Map)는 전세계 지하철 노선도의 본보기로 이용되어 왔다. 지리적인 면을 표현하기보다 노선의 회로에 주안점을 두고 디자인된 다이어그램은 세계의 교통 지도를 대표하는 발명품이다. 거기에 점차 실용적인 정보-환승역, 휠체어 사용 가능 여부-와 픽토그램을 추가해 오늘날의 노선도가 완성되었다.
 2007년 만들어진 포켓 지도는 터너 상을 받은 미술가 리암 길릭(Liam Gillick)이 기획하고 디자인했다. 첫 포켓 지도의 표지는 새로운 교통 문화 시대가 열리기 이전 시대, 즉 런던 지하철이 운행되기 이전인 1863년 1월9일 이전을 형상화했다. 12개 노선을 열두 가지 색상으로 디자인한 ‘The Day Before’를 시작으로 해마다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런던 지하철을 모티브로 삼아 포켓 지도 표지를 디자인한다. 이것은 수집가들이 생겨날 정도로 런던을 상징하는 문화 상품이자 기념품이며, 박물관에도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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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쓰이는 교통 카드인 오이스터 또한 훌륭한 문화 상품이다. 오이스터(Oyster)는  테임스 강에 서식하는 굴이다. 단단한 껍질 속에 소중한 무엇(런던의 역사와 문화)을 담아 보호함을 상징한다. 1~6 구역(7~9 구역 추가)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오이스터 카드는 역사적인 이벤트를 기념판에 담는다. 2011년의 왕가 결혼식, 2012년의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식, 같은 해 런던 축제, 런던 지하철 150주년 기념판 등이 근래 인기를 누린 디자인 오이스터 카드이다. 외국인을 위한 관광 오이스터에는 음식점, 상가, 뮤지컬 공연, 테임스 강을 건너는 케이블카, 강 위를 달리는 테임스 클리퍼 등 여러 곳에서 할인 혜택을 누리도록 배려했다. 

 ■ 다음에는 런던의 대중교통 아이콘 두 번째 이야기 빨간색 이층버스(London Double Decker Bus)와 검은색 택시(London Black Cap)로 만나 뵙겠습니다. 빨간색의 강렬함과 검은색의 젠틀함을 소재로 삼아 셰익스피어의<즐거운 아낙네들>에 나오는‘세상은 너의 것이다(The world is your oyster)’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Words & photographs by Doyu Min Seo
Additional photographs by Dongeun Alic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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