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편집: 2024년05월16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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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디외의 이론을 통한 '문화 자본',  그 불평등한 분배

부르디외의 이론을 통한 '문화 자본', 그 불평등한 분배

‘사람들은 예술을 소수 엘리트만이 누릴 사치 중 하나이거나 보통 사람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신비로운 그 무엇이라고 여긴다. 이런 태도와 믿음을 그대로 둔다면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로 이어질 것이다.’ ¹

펠리시티 맥아들이 주장했듯이 예술은 여러 사람을 그 범주에 포함시키는 데 실패했을지 모른다. 특히 한국에서 문화 예술은 지리(地理)에 따라 불평등하게 분포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수도권에는 미술관과 갤러리가 밀집된 반면 비수도권에는 문화 예술 인프라가 현저히 적다. 그래서 수도권 밖 거주민은 일상에서 예술과 친숙해질 기회를 잃었다. 이러한 사정은 그들로 하여금 예술 쪽에 초대받지 못했다는 소외감을 가지게 한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 - 2002)

이를 두고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방문하는 취향은 개인 차원이 아니라 계급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유형 재산뿐 아니라 무형 문화 자본도 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고 했다.

“취향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의 기준이다.
즉, 취향은 인간이 다른 인간들에게 비치는 것의 기준이다. 취향이라는 문화 자본을 통해 사람들은 스스로를 구분하며, 다른 사람들에 의해 구분된다.”

-부르디외 ‘구분하기’에서-

부르디외가 이 이론에 쓴 ‘아비투스’라는 개념은 사회에서의 위치, 교육 환경, 계급에 따라 후천적으로 체득되는 취향을 말한다. 경제 격차가 문화 격차를 만들고, 문화 격차는 다시 계층 구조를 정당화한다. 게다가 우리가 공평하다고 여긴 교육 시스템조차 지배 계급이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취향과 계급을 연결하는 발상은 어쩐지 위험해 보인다. 누군가는 미술관 나들이보다 집에서 넷플릭스 보기를 더 좋아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문화 예술 시설이 대도시에 지나치게 몰린 현상을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이론을 통해 분석하면 문제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예술이 불공정하게 분배되는 현실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예술 향유를 넘어 문화 인프라와 사회 구조 같은 광범위한 공공 문제와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한 대안 공간 큐레이터는 불평등한 문화 자본 분배를 이렇게 지적했다. ‘보통 사람들은 미술관에 1년에 한 번 가기 어렵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비수도권에 살면 문화 예술을 접할 기회가 아주 적은데, 수도권 거주자는 예술과 친숙해질 환경을 당연하게 여긴다. 공공복지는 대도시에서만 이루어지는가? 이제는 문화 예술이 특정한 소수만을 향한 현상을 재평가할 시점이다.’ ²

실제로 데이터를 살펴보면, 문화예술지수를 나타내는 아트 인덱스Art Index가 서울이 100일 때 부산은 17.7, 충북 2.6, 세종은 0.3이었다(2015년).³ 문화 예술 시설이 지나치게 서울에 쏠림으로써 우리 사회에 불공정을 부추겼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2011년 개관한 터너 컨템퍼러리는 해마다 12월이면 그 해에 영국에서 두드러지게 눈길을 모은 전시나 미술 활동을 한 50세 이하 작가에게 상을 준다. /Courtesy of Turner Contemporary

영국은 우리와 달리 문화 예술 인프라 나누기 및 예술을 통한 소도시 활성화를 꾀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남쪽 바닷가 작은 마을 마게이트Margate에 터너 컨템퍼러리 미술관Turner Contemporary을 세운 일이다. 그들은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현대 미술상인 ‘터너상Turner Prize’ 개최지를 런던 테이트 브리튼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또한 영국의 미술관 대부분은 시민들의 문화 예술 접근성을 높이고자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런던 테이트 모던 외벽. ‘Free And Open To All’이라는 글이 눈에 띈다. 테이트 모던의 상설전은 누구에게나 무료이다. /Courtesy of Tate Modern

터너상을 주관하는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브리튼 또한 ‘Free For All’ 현수막을 걸어 더 많은 관람객에게 예술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다. /Courtesy of Tate Britain

물론 얼마 전부터 세계 곳곳의 미술관이 코로나에 대처하느라고 디지털화를 이룬 덕분에 지리적 약점에 따른 불평등한 문화 인프라 분배가 어느 정도 풀렸다. 이제는 온라인 뷰잉룸을 통해 사람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예술을 즐길 수 있다.

  • 뉴욕 모마Museum of Modern Art는 온라인 컬렉션을 8만4천 점에서 20만 점으로 늘렸다.

  • 런던 테이트 모던은 2020년 ‘Andy Warhol전’과 ‘Aubrey Beadsley전’을 큐레이터가 직접 투어 가이드하는 필름으로 제작해 공식 홈페이지에 실었다.

  •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은 온라인 뷰잉룸을 38개 만들었다. 여기에는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포함했다.

  • 세계적 아트 페어 프리즈는 증강 현실 기술로 갤러리 200개를 온라인 뷰잉룸으로 이동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질 높은 온라인 예술 경험을 제공했다.

  • 다국적 미술품 경매 회사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처음으로 뉴욕·런던·홍콩·파리에서 실시간 경매를 동시 진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이주’가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유네스코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전세계 미술관과 박물관은 9만5천 개이다. 이처럼 2012년보다 60% 늘어난 이 수치는, 앞으로도 문화 예술 분야가 꾸준히 성장하리라고 예견케 한다. 따라서 수도권에 쏠린 미술관과 갤러리를 비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새로 세울 문화 예술 기관을 지방에 두기로 하는 것은 공공복지를 꾀할 때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다. 취향과 계층을 연결하는 부르디외의 생각이 정답은 아니더라도, 개인이 자신의 취향을 누리게끔 공평한 문화 예술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은 공공복지를 향상시킬 국가의 책임이다.

영국의 공리주의자 벤담은 공공성의 사회적 가치를 ‘정의의 영혼’이라고 설파했다. 더 많은 대중을 초대하도록 문화 예술 세계의 문을 활짝 열어두자. 부르디외가 말한 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문화 자본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면’ 반드시 벤담이 강조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일이 될 수 있다.

1 McArdle, F. (2012). ‘New maps of learning for quality art education: What pre-service teachers should learn and be able to do’, Australian Educational Researcher, 39(1), pp. 91-106.
2 ‘2021년 미술계 화두, 이건희 미술관’ (<경기일보> 2021년 12월29일)
3 ‘예술도 수도권 편중…’ (<한국경제신문> 2015년 8월17일)

Words by Rosie Suyeon Kang
Still. Courtesy of Turner Contemporary
Still. Courtesy of Tate Modern
Still. Courtesy of Tate Bri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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