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편집: 2024년05월16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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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 Hallyu!: 밀키스에서 한류까지

V&A Hallyu!: 밀키스에서 한류까지


   2003년 여름, 시애틀의 초등학교. 동양에서 간 열한 살 소녀에게 던져진 첫 질문은 변함없이 “일본에서 왔니?”였다. 내가 고개를 가로저으면 그다음은 “그럼 중국?” “아니, 한국에서 왔어.” “아 북한?” 대화가 늘 이랬다. 역사적으로 세계 문화의 주도권을 형성해 온 구미(歐美)를 나는 영화에서, 책에서, 미술관에서 수없이 접했지만, 한국에서 온 나의 세상에 대해 그들은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동급생들과 나 사이에는 절대 허물 수 없을 것 같은 엷은 막이 있었다. 하루는 짝꿍이 자기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아시아 마트에서 샀다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는데, 밀키스였다. 어쩌면 그 시절 그들이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매개는 ‘밀키스’ 정도였는지 모르겠다.

2022년 가을,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전시장에서 엄마가 어린아이에게 K-팝을 설명하는 모습이 보인다. 한국 문화가 주류를 이루는 오늘날이 열한 살 금발 소녀가 경험하는 첫 번째 세상이 된 것이다. 마치 우리가 서유럽이나 미국에 가보지 않고도 디즈니 영화, 안데르센 동화, 비틀스 음악을 통해 그쪽 문화를 익혔 듯이, 이제는 그들도 방탄소년단, <오징어 게임> <기생충>을 통해 우리 세상을 경험한다.

그렇게 예술은 자연스러우면서도 강렬하게 경험하는 이를 파고든다. 우리를 매료하거나 마음속 깊숙이 침투해 세상을 보는 시각을 재창조한다. 그래서 법학이 정의를 실현한다면, 의학이 생명을 구한다면, 예술은 생각을 바꾸어 세상을 바꾼다. 예술만큼 문화 다양성을 배우기에 적합한 분야는 없다. 특히나 어린 시절의 문화 경험은 한 사람의 세상을 구축하는 재료로 사용되기에 유년기 예술 교육은 더없이 중요하다.

이번 한류Hallyu 전시가 열리는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은 회화·조각·드로잉 같은 순수 미술품부터 금속공예·가구·섬유 같은 장식 미술품까지 2백만 점 넘는 컬렉션을 보유한 세계적인 박물관이다. 이 방대한 컬렉션은 5천 년이라는 인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유럽 북미 중동 북아프리카 아시아를 넘나든다. 그동안 한국관에서는 조선시대 도자기나 의복 따위 전통적인 오브제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한류 전시는 옛것보다 현재의 한국 문화를 선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인터렉티브 작품이다. 관객들이 안무를 따라하면, 그 춤 동작들이 모여 거대한 군무를 이룬다. ‘K-pop Dance Challenge by Google Arts & Culture (2022)’ /Courtesy of V&A and Google Arts & Culture

한국의 현대 미술과 대중문화의 접점에 위치한 조각상이다. 성 미카엘이 악마를 무찌르는 모습에서 천사와 악마 얼굴은 모두 지드래곤이다. 권오상 Gwon Osang, ‘Untitled G-Dragon, A Space of No Name (2015)’ © Courtesy Gwon Osang

2023년 6월까지 열리는 한류 전시는 영화 드라마 음악 팬덤 뷰티 패션 등 한국의 대중문화를 아우르며, 한류의 발상發祥과 세계적 영향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대중문화를 넘어서 백남준·함경아·권오상 등 한국의 주요 현대 미술 작가 작품까지 모두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섹션 1 ‘기술 강국이 되기까지’ 에서는 한국의 역사적 배경을, 섹션 2 ‘장면 연출’ 에서는 K-드라마와 K-영화를, 섹션 3 ‘글로벌 그루브’ 에서는 K-팝과 팬덤 문화를, 섹션 4 ‘인사이드 아웃’ 에서는 K-뷰티와 K-패션을 다룬다. 따라서 방문객은 자기 생각과 세상을 확장시켜 줄 다양한 문화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 전시에 아쉬운 점도 있다. 여러 분야를 다루다 보니 깊이 있는 이야기에 도달하지 못한 채 요소들의 집합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일찍이 보지 못한 한류 현상이 어떻게, 왜 생겨났는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가령 K 뷰티 섹션은 오브제들이 선택된 이유가 불분명하며 한국산 화장품 샘플을 모아놓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류 전시를 통해 명확해진 한 가지는 한류가 한때 지나가는 바람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부정적 전망을 뒤로 하고, 어느새 확고한 사조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다. 19세기 중후반 자포니즘이 유럽의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 듯이, 한류 또한 그 영향력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오늘날 한류는 뜨겁다. 하지만 현재 진행형인 현상이 박물관 전시, 나아가 후대를 위한 기록물로 남게 될 때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그렇기에 한국의 문화 예술을 수호하는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뜨거운 한류의 온도가 조금 가라앉은 후에도 가장 바람직한 형태로 보존되게끔 고민하고 연구하는 일일 터이다. 19년 전, 새로운 세계에 편입되기 위해 내가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입장권 ‘밀키스’가 오늘날 모두에게 환영받는 다채로운 ‘Hallyu’가 되기까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거대한 흐름이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뿌리 깊은 나무가 되도록 말이다.

Words by Rosie Suyeon Kang
Main still. Christmas tree installation, designed by Miss Sohee
Still.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Still. Courtesy of Google Arts &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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