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22

Dec 22 배준현, 전시 <예언자들>에서 '믿음'이 지닌 가치와 본질을 묻는 작품들 선보여

Grace

입력: 2023.12.22(금)
수정입력: 2023.12.26(화)

2023. 11. 25 - 12. 31

예언자들

배준현

더 그레잇 컬렉션

오늘날 우리는 언론 기사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절대자나 종교 이념을 맹목적으로 따르며 일상에서 갈등과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심리적으로 의지하는 믿음을 쫓으면서 살아간다. 과연 ‘믿음’이란 무엇일까. 목사의 아들로서 살아온 긴 시간 동안 그 본질을 탐구하며 사실주의 회화 작업을 해온 작가 배준현은 서울 신사동 더그레잇컬렉션에서 열린 전시 <예언자들>에서 새로운 작업 기법과 위트 넘치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담은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배준현. ‘예언자들’, 2023 /Courtesy of The Great Collection

배준현. ‘Branch’,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Great Collection

작품 ‘Branch’(2023)에는 지그시 보는 듯하면서 두려움도 서린 듯한 인간의 두 눈과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쥐고 있는 손이 그려져 있다. 마치 눈을 찌를 듯한 아슬아슬한 감각이 느껴지는데 한편으로는 저 멀리서 이쪽을 성스럽게 바라보는 듯하여 내가 바라보고 믿는 생각이 과연 진실일지 의심이 들게 한다. 고대 가톨릭 종교화에 자주 등장하는 연약한 꽃봉오리를 연상하며 초현실주의 시선으로 그렸다는 작가는 촉감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하여 형용할 수 없는 혼란으로부터 여러 상상과 생각을 이어가게 한다. 전시 제목과 같은 작품 ‘예언자들’은 괴물 같은 나무에서 애니메이션 효과 같은 ‘번쩍임’과 함께 뻗어 나온 손이 흰 고양이 한 마리를 들어 올리고 있다. 게다가 나무를 딛고 서 있는 누군가의 두 다리도 보인다. 고양이를 향해 뻗은 손들은 또 무엇일까. 고양이가 나무에 잡아 먹히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기도 한데, 종교화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같이 떠올려보면 어떤 사건에 휘말린 고양이가 구해지고 있구나 싶으면서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관람자는 끝없이 유추하며 여러 의심을 되풀이하게 된다.

전시 공간에 걸린 그림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겹치는 형태와 의미를 찾게 되는데, ‘예언자들’에서 궁금한 두 다리 역시 다른 작품에 등장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한 절대자와 같은 물기둥, 불기둥은 개와 산책하며 마트를 다녀오거나 누군가의 앞길을 인도하지 않고 스스로 길을 잃으며 또 한 번 우리가 절대적으로 갖는 믿음을 의심하게 한다.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즐겨 본다는 배준현 작가는 영감이 떠오르는 이미지와 종교적 도상 그리고 일상에서 포착한 순간을 추상적으로 뒤섞어 궁극적인 믿음이 지닌 가치가 오늘날 무엇일는지 끝없이 묻는다.

더 그레잇 컬렉션
서울 서초구 나루터로 65 (흰색 양옥 2층)
Tel. +82 2 6951 2980
관람: 토요일(Sat), 일요일(Sun) 11:00 – 18:00

더 그레잇 컬렉션은 ‘위대한 수집’을 의미하는 기획전 시리즈이자 전시공간이다. 옛 신사장 여관 대신 자리한 양옥 2층 거실에 들어서면 작가들이 풀어내는 스토리텔링과 마주하게 된다. 다양한 창작가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며 협업을 모색하는 사랑방이자 커뮤니티 공간인 이곳에서 미술을 사랑하는 컬렉터와 관람자들을 맞이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