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편집: 2024년05월16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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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삭스가 조각한 현시대 '자화상'과 마주하다

톰 삭스가 조각한 현시대 '자화상'과 마주하다

미국 소비문화를 재치있게 드러내는 조각가이자 공상가 톰 삭스Tom Sachs 개인전이 한국에서 처음 열렸다. 아트 선재 센터, 하이브 인사이트,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전시하며 영상·조각·붐박스·NFT 회화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는 작가의 예술 세계를 주제와 기획에 어울리는 공간에서 다채롭게 선보인다.



톰 삭스Tom Sachs 개인전

2022. 6. 22 - 8. 7 |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 (아트선재센터)
2022. 6. 22 - 9. 11 |
붐박스 회고전 (하이브 인사이트)
2022. 6. 25 - 8. 20 |
로켓 팩토리 페인팅 (타데우스 로팍 서울)

아트 선재 센터

하이브 인사이트

타데우스 로팍 서울

현대 사회에서 소비는 일상이다. 후기 자본주의 시대인 1940년대 이후 상품을 대량으로 만들면서 소비가 생산보다 더 중요해졌고, 톰 삭스가 나고 자란 미국에서는 특히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초반이 ‘대량 소비’ 시대였다. 도시화로 신흥 부호들이 많아지면서 노동자들도 ‘필요’보다 욕망에 사로잡혀 물건을 사들이면서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산업 공장에서 일하는 그들이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소외감이 들자 자기 정체성을 과시하려 했다. 이렇게 기계화와 물질주의가 얽힌 현상을 경험하며 대비되는 관점에서 바라본 작가는 그 시대에 소외당하던 노동자와 달리 30여 년 동안 손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어린 시절 갖고 싶던 카메라나 워크맨, 몬드리안 그림을 찰흙, 합판, 테이프로 만들던 작가는 대량 생산한 재료를 직접 조립하여 제작하는 브리콜라주bricolage 기법으로 특정 시대 상징물을 독창적으로 표현하여 역사·문화·정치·경제·철학을 녹여낸다.

“달 탐사는 20세기 최고 미술 프로젝트였다.
Going to the moon was THE art project of the twentieth century.” - 톰 삭스Tom Sachs


이처럼 물질에 주목한 톰 삭스는 더 나아가 인간을 둘러싼 거대한 자연계인 우주로 시야를 넓혔다. 특히 ‘아폴로 계획Apollo Program (1961-1972년)’에 매료된 그는 20세기 최고 아이콘이자 미술 프로젝트는 달 탐사라고 언급하며, 지구에 있는 자원을 더 잘 이해하려면 우주 탐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가 동료 10명과 함께 작업하는 ‘톰 삭스 스튜디오’는 낯선 환경을 샅샅이 조사하고 개척하는 과정을 엿보고 경험하는 몰입형 우주 프로젝트 <스페이스 프로그램Space Programs>을 네 차례 기획하고 조각 작품을 만들어 발표하였다. 또한 일상에서 쓰는 제품에 활용 가능한 신소재도 개발하는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역할과 브랜드에 흥미를 느끼고서 다양한 우주선 모델과 우주에서 사용할 신발 같은 우주 관련 작업물을 구현하였다.

아트선재센터에 전시된 톰 삭스 작품 ‘Saturn V Moon Rocket (2011)’ /Photography by Genevieve Hanson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톰 삭스 작품 ‘Mary_s Suit (2019)’ /Photography by Genevieve Hanson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톰 삭스가 장비 설치 항렬(Equipment Matrix)을 합판에 직접 그린 부조 작품이 아트선재센터에 전시되어 있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살펴보는 모습

다섯 번째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 전시가 열린 아트선재센터는 톰 삭스가 기획한 우주 탐사 일원이 되기 위한 교육 센터 기능을 한다. 1 전시실에서 아폴로 프로그램의 새턴 5호 달 탐사선Saturn V Moon Rocket의 브리콜라주 버전, ‘Special Effects’, 현실 공간을 뜻하는 합판을 주재료로 사용한 부조 조각 작품 등을 마주한 관람자는 시험과 인터뷰를 거쳐 나사NASA ID카드를 발급받는다. 시험에 통과한 이는 인터뷰 전에 나사를 정리하는 임무를 맡아 NASA 로고가 쓰인 의자에 앉아 모양과 크기별로 분류하며 마치 미국 항공우주국 안에서 일하는 느낌이 들 듯하다.

혹시 시험에 떨어져도 괜찮다. 아트선재센터 지하 극장에 마련된 재교육 센터에서 상영하는 <텐 불렛10 Bullets>, <패러독스 불렛Paradox Bullets>,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등 톰 삭스 스튜디오를 소개하고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기록한 영상 강의를 보면 다시 시험에 도전하는 자격을 얻는다. 마침내 ID 카드를 받고 우주 탐사 일원이 된 관람자는 ‘발사체 조립 빌딩Vehicle Assembly Building’에 입장하여 금빛 요다 동상과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톰 작가가 백남준 작품 ‘TV 부처’를 오마주하여 처음 공개하는 신작 ‘TV 요다’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동양사상을 드러내는 지혜로운 요다는 “네가 찾는 것, 그것을 내면에서 찾게 될 테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물질적인 이상향을 좇아 무한한 우주 혹은 그 너머에 도달한 관람자에게 대상을 상반되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작가가 진정으로 전하고 싶어 한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태양전지 패널 날개를 달고 행성에 착륙하는 듯한 ‘Phonkey (2011)’에서 레게·재즈·BTS 음악이 쉴새 없이 흘러나온다. 미술계 아티스트가 하이브 레이블즈 소속 가수의 IP로 협업한 기획 전시를 선보이는 공간 하이브 인사이트에 들어서자 커다란 붐 박스 ‘빅 핑크'Big Pink’가 다양한 형태를 띤 여러 기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볼륨을 제어한다. 톰 삭스가 청각과 시각을 결합하고 유머를 담은 ‘귀를 위한 조각’으로 과거와 미래를 잇는 <붐 박스 회고전>이다.

하이브 인사이트에 전시된 ‘붐 박스’ 시리즈. 왼쪽부터 ‘Model Seventy One (2020)’, ‘Model Sixty Two (2018)’, ‘Big Pink (2022)’ /Courtesy of HYBE Insight

카세트나 시디를 재생하고 스피커 두 개 이상을 장착한 휴대용 재생기를 일컫는 붐 박스Boom box를 초기작부터 최근 작품까지 아우르는 ‘붐 박스’ 시리즈 13점은 자메이카에서 1940년대부터 트럭이나 손수레에 큰 음향기기를 싣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파티를 연 독특한 DJ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합판·테이프·플라스틱 등 일상 재료를 활용하는 브리콜라주 기법으로 모두 만들었다. 특히 ‘Guru's Yardstyle’은 시대 문화를 오롯이 담은 첫 붐 박스로 턴테이블·스피커·엠프·모래시계·우산·합판을 조립하여 1999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톰 삭스Tom Sachs. ‘Phonkey (2011)’ /Courtesy of HYBE Insight

톰 삭스Tom Sachs. ‘Guru's Yardstyle (1999)’ /Courtesy of HYBE Insight

아트선재센터에서 둘러 보았던 몰입형 우주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놓인 대표 작품 ‘Phonkey’. 2008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진행한 화성 탐사 프로그램Mars Scout Program 중 하나로 화성에서 표본을 채취하고 기상 측정하던 탐사선 피닉스Phoenix와 당나귀donkey 꼬리의 움직임이나 습한 정도에 따라 날씨를 예보한 촌뜨기 기상청을 합성한 이름이다. 작가는 지구에서 화성으로 가져간 붐 박스가 음악을 널리 전파하고, 화성에 존재하고 있을지 모를 생명체에게 우리가 도착했다고 알린다고 전하였다. 이처럼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넘나들며 소비문화가 녹아든 음향기기로부터 흘러나오는 선율이 귓가에 맴돌면서 깊이 빠져드는 공간 하이브 인사이트에서, 관람자는 그동안 품고 있었을 감각과 열정을 깨우는 기회를 갖게 될듯하다.


세 번째 공간. 합판 위에 누구나 알만한 상징적인 상표가 그려진 부품 세 개가 조립된 로켓 회화 작품 14점이 전시되어 있다. 현대인에게 브랜드란 소비주의를 상징하는 자화상과 같다는 톰 삭스는 NFT 회화에 소비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고스란히 담았다. 또한 디지털 공간에서 드로잉으로 로켓 조립을 완성하고 이를 청사진으로 삼아 물리적 예술품인 로켓 조각과 NFT 회화를 제작함으로써 새로운 NFT 작업 형식을 제시한다. 이처럼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를 실재 공간으로 끌어온 전시 <로켓 팩토리 페인팅Rocket Factory Paintings>이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선보이고 있다.

‘Rocket Factory’에서 시대 아이콘이라 불리는 30가지 상표가 새겨진 부품 조합으로 로켓 탄생이 15만 개 이상 가능하다. 왼쪽 작품부터 둘러보면 구매자는 서로 다른 브랜드 부품을 조합하여 NFT 작품 완성이 가능함을 알게 된다. Courtesy of Thaddaeus Ropac Seoul

2021년 여름, 톰 삭스와 동료들이 뉴욕 맨해튼 남쪽에 출범한 ‘로켓 팩토리’는 Web 3.0 기능 ‘컴버닝comburning’을 개발하여 독보적 NFT를 구축하고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 샤넬·버드와이저·코카콜라·애플 등 30개 상표가 새겨진 부품을 그려서 NFT 구매자(로켓 팩토리는 커뮤니티 이용자라고 표현한다)가 이를 선택하면 블록체인 기술로 로켓 1,000개를 조립하여 세상에 내놓는다. 디지털 아트는 브리콜라주 기법을 활용하여 실제 모형 조각품으로 제작하고, 이 로켓을 실제 발사한 후 회수하여 NFT 작품 소유자에게 보내준다. 팝 아트와 개념 미술을 접목하여 새로운 NFT 예술을 선보이는 톰 삭스는 더 나아가 디지털로 그려진 부품을 직접 골라서 ‘현실 공간’인 합판에 유화 물감으로 붓질한다. 톰 삭스는 30년 동안 독창적 예술 세계를 고찰하고 새로운 시대 흐름을 따라 끊임없이 펼쳐 나가고 있음을 이번 전시에서 분명하게 드러낸다.


톰 삭스(b. 1966)
Tom Sachs

뉴욕에서 태어나 거주하며 작업하는 톰 삭스는 미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열리는 전시에 참여하였다. 개인전은 오페라시티아트갤러리(도쿄, 2019), 내셔조각센터(달라스, 2016), 컨템포러리오스틴(텍사스, 2015), 올드리치현대미술관(리지필드, 2009), 폰다치오네프라다(밀라노, 2006), 도이체구겐하임(베를린, 1999), SITE산타페(뉴멕시코, 1999)에서 열었다. 특히 2016년 노구치미술관(뉴욕, 2016)에서 개최한 개인전은 이사무 노구치가 아닌 다른 작가가 연 최초 개인전이다. ‘붐 박스’ 조각 회고전은 컨템포러리 오스틴(텍사스, 2015)과 브루클린미술관(뉴욕, 2016)에서 열렸다. 구겐하임미술관(뉴욕), 휘트니미술관(뉴욕), 퐁피두센터(파리), 메트로폴리탄미술관(뉴욕),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샌프란시스코), 아스트루프펀리 현대미술관(오슬로)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Words & photographs by Koeun Lee
Still.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Still. Courtesy of HYBE Insight
Still. Courtesy ofThaddaeus Ropac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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